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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전문가들 “메르스 전염성 낮아…예방수칙 지키면 2주내 진정”

입력 | 2015-06-10 17:42:00


한국의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확진 환자가 100명을 넘어서는 등 좀처럼 진정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외국 전문가들은 메르스는 전염성이 낮은 질병이므로 과도한 공포를 느낄 필요는 없다고 입을 모았다. 학교 휴업은 과잉 조치라며 마스크 착용 등 예방수칙만 잘 지키면 메르스 사태는 2주 내에 진정될 것으로 내다본 전문가들도 많았다.

프랑스 파스퇴르 연구소 내에 있는 국립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표준연구소(CNR)의 뱅상 에누프 부소장은 9일(현지시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메르스는 환자의 기침 등으로 침이 다른 사람의 호흡기에 들어갔을 때 전염된다”며 “병원에서 2~3명의 메르스 환자가 같은 방에 있는 상황이 아니면 일상에서 쉽게 전염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2013년 프랑스에서도 메르스 환자 한 명이 사망한 것을 예로 들며 “당시 병원에서 신속한 격리가 이뤄져 다른 환자와 의사 간호사 누구도 감염되지 않고 사태를 종결했다”고 말했다.

에누프 부소장은 “메르스가 전염성이 낮다면서 마스크 착용, 손 씻기 등 예방 조치만 잘하면 충분히 감염을 막을 수 있다”며 중국에 출장 갔던 한국인 메르스 환자가 메르스를 전염시키지 않았던 점을 지적했다. 그는 “한국의 메르스 사태는 바이러스 잠복기 등을 고려해 보면 2주 정도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젊고 건강한 사람에게는 그냥 지나가는 병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비관적일 필요가 없다. 다만 만성질환이 있거나 나이가 많은 이들은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에누프 부소장은 한국 강남 지역 학교들의 휴업이 장기화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병원 내에서만 전염되고 지역사회 감염 사례가 없는 상황에서 학교가 문을 닫을 필요까지 있을까”라며 “휴교를 하거나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 출입을 삼가는 조치를 취하는 것은 바이러스가 병원을 벗어나 지역 사회로 전염이 확산될 때 취해도 되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전염병 전문가인 아메쉬 아달자 피츠버그대 의대 교수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학교 휴업에 의문을 제기했다.

아달자 교수는 “한국의 메르스 발병은 병원을 기반으로 한 권역에서 이뤄졌고 지역으로 확산되지 않고 있다”며 “휴교는 일반인의 우려를 잠재울 수는 있겠지만 메르스 발병의 특성과 지역기반 감염 경로에서 지속되기 어려운 점을 감안하면 이번 (휴업) 조치는 당연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 메르스 사태에 대해 “진단 기회의 상실과 느슨한 발병 통제가 결합되면서 생긴 일”이라고 했다. 발병을 막으려면 병원에서 세심한 전염 통제가 이뤄져야 하고 보건 관계자들은 메르스의 위험성을 숙지하고 있어야 하는데 한국의 초기 대응은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그는 “메르스와 유사한 증상을 보이는 환자의 여행 기록 확보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되고 메르스 감염 가능성이 있는 환자는 격리한 뒤 적절한 진단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달자 교수는 메르스 바이러스 변이 가능성과 관련해서는 “한국 메르스 바이러스 분석 결과를 보면 중동에서의 것과 일치한다. 메르스 (바이러스)가 더 전염력이 강하도록 변이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변이 여부를 계속 추적하는 일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바이러스는 변이하지만 대부분 변이 과정에서는 새로운 특성이 생기지 않고, 새로운 특성이 생기려면 여러 단계의 변이를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트리시 펄 미국 존스홉킨스대 교수도 같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메르스 감염세가 한풀 꺽이기는 했지만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의견을 내놨다.

2013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메르스를 연구했던 그는 “가장 중요한 이슈 중 하나는 우리가 메르스 바이러스와 이 바이러스의 전염 경로를 충분히 알지 못한다는 점”이라며 “한국의 이번 사례가 메르스의 전염 체계를 연구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펄 교수는 “전염병학적으로 바이러스학적으로 이번 메르스 사태를 규명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국제과학단체들이 신속히 개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 보건당국의 예방조치가 강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모든 열병 환자와 메르스 노출자에 대한 검역 및 검진, 진단 테스트 등을 실시함으로써 감염 여부를 확인해야 하며 감염자는 신속히 격리해 상태를 모니터하는 것이 기본이다. 또 공중에 대한 기침 에티켓을 지키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공기 중 감염 가능성에 대해서는 “메르스는 코로나 바이러스 계통으로,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의 사촌격이다. 전염원은 박쥐이며 주로 낙타를 거쳐 사람에게 전염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스의 경우는 그런 적이 있지만, 메르스 바이러스가 공기로 전염되는지는 구체적으로 알려진 게 없다”고 강조했다.

국제적인 면역학 전문가 대니얼 루시 미국 조지타운대 미생물·면역학 교수는 한국의 메르스 발병이 곧 멈출 것이라고 예상했다.

루시 교수는 8일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 기고한 글에서 한국에서의 메르스 발병이 주로 병원과 연관된 점, 메르스 바이러스에서 변형이 이뤄졌다는 증거를 찾을 수 없었다는 점을 그 이유로 들었다.

그는 한국 메르스를 막으려면 “개별 병원과 국가의 공중보건 담당자들 간에 손발이 잘 맞아야 한다”며 “병원, 특히 외래진료를 담당하는 조직과 공중보건 담당자들 사이의 긴밀한 협력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파원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