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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베이스볼] 야수된 하준호·투수된 김재윤 ‘신의 한수’

입력 | 2015-06-11 05:45:00

포수에서 투수로 변신한 김재윤(왼쪽)과 투수에서 타자로 변신한 하준호는 시즌 초반 1승을 따내기조차 어려웠던 kt에서 기량을 꽃피우면서 팀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올랐다. 사진|스포츠동아DB·kt위즈


하준호 ‘투수→야수’…제2의 손아섭 기대
배트스피드·변화구 대처능력 등 감각 좋아
김재윤 ‘포수→투수’…11경기 방어율 2.45
포수였기 때문에 볼 카운트 이해 더 빨라

프로야구 선수들끼리 하는 말이 있다. ‘투수는 왕족, 외야수는 귀족, 내야수는 평민, 포수는 노예.’ 여러 가지 의미를 담고 있는데 그만큼 각 포지션마다 다른 훈련 강도, 그리고 각자 역할에 대한 분명한 경계를 드러낸다.

프로야구는 최고의 선수들이 모인 무대다. 고교 때는 에이스 투수가 4번타자를 치고 종횡무진 맹활약하는 사례가 많다. 그러나 대학 때부터 많은 것이 달라진다. 고교 시절 원조 ‘돌직구’로 유명했던 박재홍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대학에 가니 워낙 대단한 투수들이 많아 야수의 역할에만 집중했다”고 털어놨을 정도다.

프로에서는 그 경계가 더 명확해진다. 아마추어 시절 전국을 주름잡던 대형 유망주도 프로의 높은 벽 앞에서 1군 엔트리 진입 자체에 힘겨워한다. 삼성 이승엽처럼 프로에서 투수에서 야수로 역할을 바꿔 큰 성공을 거둔 사례가 종종 있지만 데뷔 시즌, 그것도 스프링캠프 전에 포지션 전향을 결정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kt는 그런 의미에서 매우 혁신적인 실험의 장이다.

● 투수에서 야수로 변신 성공하는 하준호

kt 2번타자로 맹활약 하고 있는 하준호는 2009년 롯데에 투수로 입단했고 시속 140km 후반 공을 던지는 좌완투수로 큰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롯데 코칭스태프는 고교야구 명문인 경남고에서 1학년 때부터 주전으로 활약할 수 있었던 하준호의 타격에 주목했다. 투수에서 야수로 변신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이뤄졌고, kt 조범현 감독과 코칭스태프는 ‘제2의 손아섭’으로 기대하며 롯데와 트레이드를 통해 그를 영입했다.

스카이스포츠 이효봉 해설위원은 “타자 하준호의 시대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아직 완성되지 않았지만 배트 스피드와 변화구에 대처하는 감각적인 타격 등은 큰 기대를 걸 만하다.

● 포수에서 투수로 변신 성공하는 김재윤

하준호처럼 투수에서 야수로 변신해 큰 성공을 거둔 예는 많다. 그러나 반대의 경우는 매우 드물다. 프로 무대에서 투수로 입단했다는 것 자체는 아마추어 시절 최고 중에 최고 혹은 큰 잠재력을 가진 경우다. 야수로 프로에 데뷔해 투수로 전향한 사례 자체가 매우 드물다.

그러나 kt 김재윤은 올해 1월 중순 포수에서 투수로 변신했고 이제 팀의 핵심 전력으로 자리 잡았다. 포수 육성의 대가 조범현 감독이 포수에서 투수 변신을 선택했기에 관심이 더 쏠렸지만 성공 가능성에는 의문부호가 많이 따랐다. 그러나 시속 145km 이상 빠른 강속구에 낙차 큰 슬라이더를 던지며 kt의 필승조로 자리 잡았다. 프로리그에서 투수로 변신한 지 6개월 만에 1군 주축 전력이 됐다는 것 자체가 영화 같은 스토리다.

김재윤은 9일까지 11경기에서 방어율 2.45를 기록했다. 14.2이닝 동안 삼진을 20개나 잡았는데 볼넷은 단 4개다. 초고교급 투수로 평가받은 대형 신인이 1군 무대에서 볼넷을 남발하다 큰 어려움을 겪는 것과는 정반대 모습이다.

조범현 감독은 “포수였기 때문에 볼 카운트에 대한 이해가 빠른 것 같다. 볼카운트 3B-2S보다 2B-2S에서 몸쪽 승부를 하는 것이 훨씬 경쟁적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 투수다”고 기대했다.

사직|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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