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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평인의 시사讀說]박원순 이재명 황우여의 메르스 호들갑

입력 | 2015-06-11 03:00:00


송평인 논설위원

공중보건과 관련한 사건이 터질 때마다 대중이 과민 반응하는 것은 원시시대 때부터의 생존본능의 발휘로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사회지도층의 호들갑은 그렇게만 볼 수 없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한밤 기자회견을 자청해 ‘35번 메르스 환자’가 접촉한 재건축조합총회 참석자 1500여 명을 자가 격리 조치하겠다고 밝힌 지 1주일이 지났지만 지금까지 한 명의 감염자도 나오지 않았다. 35번 환자가 총회에 참석한 것은 증상도 없고 확진 판정도 받기 전이었다. 이런 상태로는 메르스 바이러스가 전파되지 않는다는 것이 당시 정부와 전문가의 소견이었고 실제 그렇게 됐다. 불필요하거나 시급성이 떨어지는 방역조치에 서울시 인력과 예산이 과도하게 낭비된 것이다.




박원순의 소인배 같은 행동

박 시장의 ‘방역 쿠데타’가 정부의 병원 공개를 이끌어냈다는 주장도 있지만 그는 엉뚱한 곳을 타격했는데 때마침 반응이 있었다고 보는 것이 보다 더 정확할 것이다. 이미 온라인에서는 몇 개 병원에 대해 정확한 정보가 돌았고 언론도 공개를 촉구하고 있었다. 정부의 정보 공개가 늦었던 것은 실책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정부는 나름대로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다른 것도 아니고 여야가 협력해 물리쳐야 할 전염병과의 싸움인데 가장 큰 지자체의 수장이 설득하려는 자세가 아니라 싸우려는 태도를 취한 것은 소인배(小人輩) 같았다.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은 한술 더 떴다. 정부에 의해 자가 격리된 한 주민이 분당구 서현동 한양아파트에 산다는 사실과 그 자녀가 서현초등학교를 다닌다는 사실을 공개하고 나섰다. 한양아파트 주민들로서는 같은 엘리베이터를 탈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몇 동 몇 호에 사는지까지 추적에 나서 결국 알아냈다.

이 시장의 조치는 주민들의 불안 심리에 편승해 호응을 얻었지만 인권 침해의 소지가 큰 것이다. 그의 선례를 따른 다른 지자체장이 거의 나오지 않았다는 사실은 그 조치의 부당성을 보여준다. 이 시장은 성남시의 다른 자가 격리자의 신상은 공개하지 않아 스스로도 일관성을 잃었다.

황우여 교육부 장관 겸 사회부총리는 3일 보건복지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학교장 재량에 따른 휴교를 허용했다. 2012년 메르스 원조국인 사우디아라비아조차 휴교까지는 가지 않았다. 메르스는 병원 내 감염이 주된 전파경로라는 이유에서 복지부는 반대했지만 같은 정부에 몸담고 있는 교육부 수장의 귀에는 들어오지 않았나 보다. 국회선진화법 제정에 앞장섰던 그 포퓰리스트적인 DNA가 어디로 가겠는가.




선무당 같은 감으론 안 돼

과잉 대응이 늦장 대응보다 나은 것이 아니라 과잉 대응도 늦장 대응만큼 잘못된 것이다. 방역이든 뭐든 단계별로 적절한 조치가 있는 법이다. 적절했는지는 신이 아닌 이상 사후에나 알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무엇이 적절한지 따져보지도 않고 일단 크게 벌이고 보자는 것은 비용 개념 없는 무책임한 행동이다.

정부는 삼성서울병원을 중심으로 한 메르스 2차 유행에도 불구하고 평택성모병원을 중심으로 한 1차 유행 때와 상황이 질적으로 달라지지는 않았다고 보고 ‘주의’ 단계를 유지하고 있다. 지역 사회 감염이 없다면 다른 병원을 중심으로 3차 유행이 일어나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대중이 과민 반응할수록 ‘선제적’이라는 빌미의 선무당 같은 감(感)이 아니라 과학에 입각한 대응이 필요하다. 사회지도층이라면 호들갑을 잠재우기는커녕 최소한 먼저 호들갑을 떨지는 말아야 한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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