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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정성희]‘천재 수학소녀’ 소동

입력 | 2015-06-11 03:00:00


미국 하버드대와 스탠퍼드대에서 동시에 러브콜을 받고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가 면담 요청을 했다는 ‘천재 수학소녀’의 스토리가 대부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그의 수학적 천재성에 주목한 세계적 명문 하버드대와 스탠퍼드대가 대학 4년 과정을 2년씩 번갈아 다니도록 신사협정을 체결했다고 보도돼 모든 학부모의 부러움을 샀던 그 소녀다.

▷미국 최고의 공립과학고인 토머스 제퍼슨(TJ) 과학고 12학년(한국 고교 3학년)에 다니는 김정윤 양의 스펙은 모든 부모의 로망이다. 미국수학능력시험(SAT) 만점, GPA(학점) 4.6에 미국 수학경시대회 수상까지…. 우리 식으로 말하면 수능 만점, 내신 만점에 각종 경시대회 대상 수상자다. 특히 지난해 5월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주최한 ‘프라임 USA’ 리서치에서 ‘컴퓨터 연결성에 대한 수학적 접근’이란 아이디어가 저명한 대학교수들의 관심을 끌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과장이거나 거짓으로 밝혀지고 있다.

▷최근 TJ고 12학년 모두에게 조지프 해리스 하버드대 수학과 교수의 이름으로 ‘세라 김(김정윤 양의 미국 이름)의 하버드대 입학은 사실’이라는 e메일이 날아왔다. 하지만 해리스 교수는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파장이 커지자 TJ고는 사실 관계를 조사하고 있다. 해리스 교수가 보낸 e메일이 아니라면 누가 보냈을까. 이쯤 되면 우리 교민 사회는 물론이고 한국사회도 실망이 이만저만한 게 아니다.

▷한국인의 유별난 일류대병을 생각하면 전후 사정을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소녀는 미국에서도 손꼽히는 명문고에 진학할 정도로 실력이 뛰어나고 집안 배경도 좋다. 자신에 대한 기대감에 소녀가 부모까지 속였을 수 있고, 입시컨설턴트가 부모와 짜고 가짜 합격기를 만들어 한국 대학으로의 특례 입학을 노렸을 가능성도 있다. 이 입시컨설턴트는 객원기자 신분으로 김 양을 미주 중앙일보에 대서특필했던 장본인이다. 이번 파문은 빗나간 자식 사랑, 일류대병, 확인 없이 보도하는 일부 언론의 민낯을 보여 준 또 하나의 참사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