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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대응 느슨해 확산… 휴업조치 필요한지 의문”

입력 | 2015-06-11 03:00:00

佛전문가가 본 ‘한국 메르스 전망’
“일상생활에선 쉽게 전염 안돼… 예방조치 지키면 곧 진정될 것”




“한국에서 퍼지고 있는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바이러스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유행했던 바이러스와 89.6% 일치한다. 특별한 변종이나 진화형이 아니다. 한국 정부가 제대로 된 통제 조치를 취한다면 몇 주 내로 사그라질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파스퇴르연구소 산하 ‘국립인플루엔자바이러스표준연구소(CNR)’의 뱅상 에누프 부소장(사진)은 10일 동아일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메르스는 전염성이 낮은 질병이기 때문에 과도한 공포를 느낄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그는 “메르스는 환자의 기침 등으로 침이 다른 사람의 호흡기에 들어갔을 때 전염된다”며 “바이러스의 농도가 높고 면역력이 약한 환자들이 메르스 환자와 같은 방을 쓰는 상황이 아니라면, 일상생활이나 사람들이 오가는 길에서 감염이 확산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에누프 부소장은 “한국이 중동 이외의 지역에서 가장 빠르게 메르스가 전파되는 나라가 됐다는 소식을 듣고 굉장히 놀랐다”며 “현대 의학시설을 겸비한 한국 병원들이 초동 대응에 실패한 이유는 부주의로 일어난 것이라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에누프 부소장은 초동 대응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2년 전 프랑스에서 발생한 메르스 사태를 예로 들었다. 2013년 5월 프랑스에서 첫 번째 메르스 환자가 사망했지만 추가 감염 방지에 최선을 다한 결과 확진환자는 단 2명에 그쳤다는 것. 그는 “메르스는 전염을 막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4∼15일에 이르는 바이러스의 잠복기 때문에 쉽지 않다”며 “프랑스는 2013년도 첫 환자가 발생하자마자 같은 방을 썼던 다른 환자와 의료진을 신속하게 격리시키고 전국 의료기관과 합동으로 바이러스 추적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에누프 부소장은 서울 강남지역 등에서 장기 휴교 사태가 빚어지고 있는 것과 관련해 “현재 한국의 메르스는 병원 내에서만 전염되고 지역사회 감염 사례가 없는 상황”이라며 “학교가 문을 닫을 필요까지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그는 “휴교를 하거나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 출입을 삼가는 조치를 취하는 것은 바이러스가 병원을 벗어나 지역사회로 전염이 확산될 때 취해도 되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에누프 부소장은 “메르스가 전염성이 낮기 때문에 마스크 착용과 손 씻기 등 예방 조치만 잘하면 충분히 감염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젊고 건강한 사람에게는 메르스가 그냥 지나가는 병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비관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없다. 다만 만성질환이 있거나 고령자는 메르스 바이러스로부터 적극 보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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