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訪美 연기] 원자력협정 확정 절차도 늦어질 우려 백악관 “서로 편한 시기 訪美 기대”… 9월 유엔총회때 정상회담 가능성
백악관도 10일(현지 시간) “박 대통령이 서로 편한 시기에 방미하기를 기대한다”며 간단한 논평을 내놓았다. 앨리스터 배스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변인은 “미국은 한국의 메르스 대응을 지원하기 위해 한국 정부와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언급해 한국의 메르스 사태가 방미 연기 결정에 영향을 끼쳤음을 시사했다. 배스키 대변인은 또 “박 대통령이 방미해 동맹의 역할을 논의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정부 일각에선 이번 방미 일정을 놓고 특별한 현안이 없었다는 얘기가 많았다. 한미가 정상급에서 논의해야 할 현안 대부분은 올해 상반기에 거의 타결됐기 때문. 그러나 정부는 수행자 명단에 이례적으로 한민구 국방부 장관을 포함시키며 강력한 한미동맹을 강조하고 단호한 대북(對北) 메시지를 내놓으려 했었다. 하지만 방미 불발로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방미 연기는 매우 불행하지만 이해할 수는 있다. 한미관계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제임스 퍼슨 우드로윌슨센터 역사공공정책프로그램 부소장은 동아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박 대통령의 개인적인 관계가 원만하기 때문에 이번 방미 연기가 양국 관계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는 ‘상호 편리한 가장 빠른 시기’에 방미 일정을 다시 잡을 방침이다. 현재로선 9월 유엔 총회를 계기로 한미 정상이 만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다자회의가 열리는 동안의 만남이어서 정식 방문보다 의제나 시간 배분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
한편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 맞춰 추진됐던 원자력협력협정 정식 서명이 방미 연기와 함께 미뤄지면서 차질이 우려된다. 양국 협상대표의 4월 가서명에 대한 추인 절차가 늦어지면 합의문 전문(全文) 공개와 미국 의회 동의 절차도 미뤄진다. 내년 3월에 기존 협력협정이 만료되기 때문에 그 전에 의회 절차까지 모두 끝내고 새 협정을 발효해야 한다. 정부는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가 서명하는 방법 등 대안을 모색 중이다.
조숭호 shcho@donga.com·윤완준 기자 / 워싱턴=신석호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