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잡을 수 있다/빅데이터 분석] 온라인 게시물 66만여건 분석
서울 송파구에서 4세 아들과 2세 딸을 키우는 윤모 씨는 메르스 공포가 확산되면서 최근자녀들을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고 있다. 의심환자 1명이 집 주변 쇼핑몰에서 식사를 했다는 사실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전해 들은 뒤 불안해졌기 때문이다. 이처럼 중동에 다녀온 적도 없고, 기침 발열 등 아무런 의심 증상이 없는데도 메르스 공포에 떠는 일반 국민이 적지 않다. 실제로 건강에 전혀 문제가 없는 사람의 공포가 의심 증세를 겪은 사람보다 큰 것으로 나타났다.
○ 의심 증상 있는 사람이 오히려 차분
연구팀에 따르면 온라인에 메르스와 관련된 자신의 감정을 표출한 사람 중 건강한 사람은 71.2%가 불안을 표현했다. 이는 안심(22.3%)을 표현한 사람의 3배가 넘는 수치다.
반면에 호흡기 증상이 있는 사람은 37.6%만 메르스에 대한 불안을 표현했다. 의심 증세가 없는 일반 국민에 비해 메르스 공포를 덜 느끼면서 차분하게 대처하고 있는 셈이다. 송태민 연구위원은 “건강한 사람이 오히려 불완전한 정보에 휘둘리면서 막연한 불안감을 더 많이 느낀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면서 “반면에 호흡기 질환이 있는 사람은 본인 질환에 익숙하고 그 특성을 좀 더 많이 알기 때문에 불안감이 줄었다”고 말했다.
또 기침 등 호흡기 증상과 열이 있는 사람 10명 중 6명(58.9%)이 불안을 표출했다. 호흡기 증상만 있는 경우보다는 불안감이 다소 올라간 것이다. 송주영 연구위원은 “이는 국민들이 열이 나야만 메르스 의심환자일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비교적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보건 당국은 중동 방문 이력이 없는 상태에서 나타나는 호흡기 증상은 메르스 의심 증상이 아니고, 38도 이상 고열이 났을 때만 의심할 수 있다고 홍보해 왔다.
○ SNS가 국민 불안 부추겨
하지만 SNS 게시물들은 메르스에 대한 불안을 심화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에 따르면 블로그, 카페 등을 통해 메르스 게시물을 접한 사람은 안심 등 긍정적인 마음이 약 1.8배 증가했다. 하지만 SNS를 접한 사람은 메르스에 대해 안심하는 비율이 20%가량 감소했다. 실제로 이재명 성남시장은 본인 트위터에 메르스 양성 판정자의 직장, 거주지, 자녀가 다니는 학교의 실명까지 공개하겠다고 해서 국민 불안을 자극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온라인 홍보를 담당하는 보건당국의 한 관계자는 “메르스의 공기 중 전파 등 괴담이 퍼질 경우 전문가 홍보영상 또는 해명 자료를 SNS를 통해 배포하는데, 불안을 잠재우는 데 역부족인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송태민 연구위원은 “고위험 전염병 등 국가 재난 상황이 올 때 SNS 데이터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이에 대한 국가 차원의 모니터링과 대응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