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잡을 수 있다/의료현장 사투] 강남보건소 간호사들의 24시
“바쁘지만 보람” 10일 서울 강남보건소 ‘방역대책본부’ 관계자들이 쉬지 않고 울리는 상담 전화를 받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 휴일 없이 하루 15시간 강행군
A 간호사가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하는 시간은 오전 8시. 한 곳에서 채 30분을 머물러 있을 수가 없다. 한 손으론 상담전화를 받고 다른 손으로는 자가 격리 대상자 보고서 항목을 체크한다. A 간호사는 “관리해야 하는 인원이 1000명이다. 강남구 직원들도 도와주긴 하지만 일손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저마다 각자의 업무만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손이 빌 때마다 다른 팀 업무를 돕고 있다”고 말했다.
오후 보건소 직원들의 업무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자가 격리된 주민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는 것. 이곳 직원들은 자신이 관리하는 자가 격리 대상자의 발열 상태 등을 오전에 한 번, 오후에 한 번 전화를 걸어 확인한다. 사전에 통화 가능한 시간을 묻고 전화를 하지만 연락이 닿지 않는 주민이 적지 않아 늘 긴장하고 있다. A 간호사는 “가장 중요한 것이 체온 확인이다. 오전에 미열이 있던 환자라면 오후에 더 신경 써서 살펴야 한다”며 “이상이 감지되면 직접 집으로 찾아가 검체를 확보해 정밀 검사를 한다”고 설명했다.
때론 주민들의 야속한 말에 상처받을 때도 있다고 한다. 그는 “문진 갈 때 하얀 방역복을 입어야 하기 때문에 우리도 힘든데 격리 주민이 오히려 ‘신분이 노출되게 왜 이러느냐’며 역정 낼 때가 많다”고 하소연했다. 메르스 방역 일선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오히려 주민들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데서 오는 스트레스가 큰 듯했다.
A 간호사의 전쟁 같은 일과는 오후 10시 30분에 끝난다. 집에 도착하면 11시가 넘지만 자기 전에 꼭 해야 할 일이 있다. ‘혹시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묻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온몸 구석구석을 씻느라 자정을 넘기게 된다는 것.
A 간호사는 “나보다는 가족들, 또 괜히 병을 옮기면 더 바빠질 수밖에 없는 100여명의 다른 직원들을 위해서라도 이렇게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나처럼 집안일은 이미 포기한 직원도 많고 배우자가 휴직계를 내고 아이들을 돌보는 가정도 점점 늘어나고 있어 안쓰러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일선 소방서 구급대원들의 처지도 비슷하다. 지난 일요일부터 서울 시내 일선 소방서에는 메르스 의심환자 이송을 전담하는 팀이 꾸려져 24시간 대기하고 있다. 이곳 대원들은 의심환자 신고가 떨어질 때마다 “확진환자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조마조마하다고 한다. 서울 도봉소방서 김모 구급대원은 “이송전담반 직원의 가족들이 걱정이 많다”며 “남자 직원들한테는 (이송전담반에 있다는 것을) 여자친구에게 알리지 말라고 충고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메르스 전담팀으로 활동하는 대원들은 신고가 떨어지면 서둘러 고글, 마스크, 장갑, 신발, 방역복 등을 착용하고 현장으로 출동한다. 요즘 같은 날씨에 통풍도 안 되는 방역복을 입으면 그 안은 40도가 넘는다. 출동을 끝내고 돌아와 보면 속옷까지 흠뻑 땀으로 젖어있다. 하지만 이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가족의 건강. 최모 구급대원(27·여)은 “의심환자를 이송한 날이면 혹시 가족에게 옮길까 봐 내가 샤워하는 안방 화장실을 비워 달라고 부모님께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이 소방서의 또 다른 대원은 “유난스럽다고 말하는 분이 있을지 모르지만 메르스 전파를 막기 위한 우리들의 피땀 어린 노력”이라고 말했다.
김재형 monami@donga.com·임보미·손가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