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KCC 상대 가처분 소송 엘리엇 “우호지분 확보 불법시도”… 12일부터 지분 추가매입 가능성 삼성 “헤지펀드 공격 방어” 반박… 거래소, 양측 불공정거래 여부 조사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엘리엇)가 삼성물산을 상대로 두 번째 법적 소송에 나섰다. 이번 타깃은 삼성물산의 자사주 매각이다. 삼성물산도 입장 자료를 내면서 즉각 반격에 나섰다. 엘리엇은 11일 보도자료를 내고 “삼성물산의 자사주(5.76%)가 합병 결의 안건에 의결권 행사가 가능한 주식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삼성물산 및 이사진과 KCC를 상대로 긴급히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삼성물산이 자사주를 제일모직 제휴사인 KCC에 매각 제안을 한 것은 절박한 상황에서 우호 지분을 확보하기 위한 불법적인 시도”라고 규정하면서 “(법적 소송은) 삼성물산 주주들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엘리엇의 공세에 시달리던 삼성그룹이 삼성물산 자사주 899만 주 전량(6743억 원)을 장외거래를 통해 이날 KCC에 매각하자 엘리엇이 즉각 맞받아친 것이다. 엘리엇은 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이사회가 강압적으로 불법적인 합병안을 추진하는 것은 삼성물산 순자산 13조4000억 원 중 7조8500억 원(58.6%)을 삼성물산 주주들로부터 제일모직 주주에게 아무런 보상 없이 우회 이전하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삼성그룹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삼성물산은 엘리엇의 보도자료 배포 직후 “이번 이사회 결의는 사업 다각화 및 시너지 제고 등 당초의 합병 목적을 원활하게 달성하기 위한 것”이라며 “단기 차익 실현을 목적으로 하는 해외 헤지펀드의 공격으로부터 회사 및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고 유동성 확보를 통한 재무구조 개선 목적도 있다”고 밝혔다.
지분 공시 이후 5일간 추가 지분을 매입할 수 없었던 엘리엇이 장기전에 대비해 당장 12일부터 삼성물산 지분을 추가로 사들일 가능성도 있다. 다음 달 17일 임시주주총회에서는 엘리엇이 4일 공시한 7.12%의 지분만 의결권을 가지지만 3% 이상을 가진 주주는 언제든 임시주총 소집을 청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엘리엇은 올 1월 일본 DMG모리세이키가 독일 DMG모리세이키AG(옛 길드마이스터)를 합병한다고 발표한 뒤 “DMG모리세이키AG 지분을 5% 이상 취득했다”고 공시했다. 합병안은 통과됐지만 엘리엇은 지난달 말까지 DMG모리세이키AG 지분을 15%까지 늘린 뒤 “사업 구조, 부채 비율 개선, 배당 등 경영 전반에 개입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한편 한국거래소는 삼성물산과 엘리엇 간 분쟁 과정에 불공정거래 여부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 김현철 한국거래소 시장감시부장은 “삼성물산 주가가 요동치고 있어 불건전한 주문이 있는지 등을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창덕 drake007@donga.com·황태호·박민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