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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쇼핑 톡톡]공동 구매, 무이자 할부… 다양한 상품 싸게 살 수 있어 만족

입력 | 2015-06-12 03:00:00

호스트, 저가재킷 들고 “외국선 50만원” 호들갑 웃음만 나와




  《 최근 일명 ‘가짜 백수오 파동’으로 홈쇼핑 업계가 휘청거리고 있습니다. 건강기능식품인 백수오에 가짜 백수오인 이엽우피소가 검출되면서 수천억 원대로 추정되는 소비자들의 환불 요청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짜 백수오를 구입한 소비자들은 제조사와 홈쇼핑 회사 등 판매사를 상대로 집단소송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처럼 가짜 혹은 불량 제품, 과장 광고 등으로 홈쇼핑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렴한 가격대로 각종 상품을 편리하게 주문할 수 있다는 장점 덕분에 홈쇼핑 애용자들도 여전히 많습니다. 홈쇼핑을 애용하는 소비자들과 업계 종사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


일러스트레이션 권기령 기자 beanoil@donga.com

“오버하는 홈쇼핑…믿음 안 가”

―3월 말 홈쇼핑으로 백수오궁을 구입했어요. 하지만 한 달쯤 지나자 ‘가짜 백수오 파동’이 터졌죠. 평소 홈쇼핑은 환불이나 교환을 잘해줬기에 크게 걱정은 안했건만, 이번엔 달랐어요. 처음에는 알약이 하나만 남아 있어도 바꿔준다고 했다가 나중에는 15알, 20알 등으로 말을 바꿨어요. 또 환불을 현금으로 해 준다고 그랬다가 이후 포인트로 준다고 말을 바꿨지요. 상담원마다 기준이 제각각이었던 거예요. 소비자 입장에선 가짜 백수오를 구입했다는 것만도 억울해 죽겠는데, 환불 과정에서 이렇게 무책임하게 대처하니 더 화가 났죠.(36·주부)

―쌀이 필요하던 참에 홈쇼핑 온라인몰에서 할인가로 판매 중인 쌀을 발견했어요. 결제하려고 보니 정상가는 7만1000원이었는데 할인해서 4만9000원에 팔고 있었죠. 저는 받을 수 있는 쿠폰을 다 써가며 4만6000원에 결제했답니다. 이후 혹시 모르는 마음에 다른 홈쇼핑 업체에서 같은 제품을 찾아봤어요. 웬걸, 그곳에선 할인 없이도 4만5500원에 판매하고 있었죠. 제가 거래했던 홈쇼핑 업체에선 자기네가 가장 저렴한 가격이라고 광고를 했었는데 말이에요. 순간 과대광고에 속은 느낌이 들어 당장 환불했답니다.(43·주부)

―의류회사에서 소재 및 자재 구매 파트에서 일하고 있어요. 홈쇼핑 방송을 보다 보면 헛웃음이 자주 나와요. 한번은 쇼호스트가 마 재킷을 소개하면서 “해외에서는 50만 원에 판매되는데 우린 엄청 싸게 파는 것”이라며 호들갑을 떨더라고요. 사실 홈쇼핑에서 파는 합성소재 원가는 그렇게 비싸지 않아요. 가끔 티셔츠에 디자인 패턴 무늬나 단추 하나 가지고도 “디자이너들이 엄청 공들여 박은 거다” 하며 호들갑을 떠는데…. 그 정도는 기계로 간단히 만들 수 있는 엄청 간단한 작업이죠. 충동구매를 부추기는 언행은 자제했으면 좋겠어요.(33·회사원)

방송중 카톡으로 상품질의-답변도


―저처럼 주로 일시불로 소비하는 주부들은 비싼 상품을 구입할 때마다 주저하게 돼요. 마침 홈쇼핑은 같은 상품도 여러 개를 한 번에 저렴한 가격으로 팔잖아요. 그래서 저는 동네에 친한 친구 3명이랑 식품이나 생활용품 등을 공동구매 한답니다. 최근에는 훈제오리 15팩을 5만7000원, 아기 기저귀 6팩을 8만 원에 구매해 나눠 가졌어요. 이렇게 월 4, 5회 구입해요. 당장 결제하는 금액이 많지 않다 보니 다양한 상품을 구매할 수 있어 좋아요. 사은품도 돌아가면서 나눠 갖는답니다.(33·주부)

―무이자 할부는 홈쇼핑 소비자들이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혜택 중 하나랍니다. 값비싼 여행 상품을 구입하기 딱 좋죠. 지난해에는 홈쇼핑을 시청하던 친구가 새벽에 전화를 해선 터키 여행을 가자고 하더라고요. 항공과 숙식 포함한 7박 9일 패키지 여행상품을 140만 원에 10개월 무이자 할부로 구입했어요. 매달 14만 원만 내면 된다는 마음에 부담 없이 구입할 수 있었죠.(53·여·교사)

―요즘엔 홈쇼핑 생방송을 보다 궁금한 점이 생기면 카카오톡으로 질문할 수 있어요. 그럼 방송 PD들이 실시간 답변을 해줍니다. 특히 의류 같은 제품은 사이즈를 묻는 메시지가 많아요. 한번은 겨울 코트를 판매하는 방송을 보고 있을 때였어요. 당시 방송 모델들이 다 키가 큰 남성이었는데, 한 시청자가 ‘키 작은 신랑한테 코트를 사주고 싶은데 키 큰 모델들만 봐선 잘 어울릴지 모르겠다’고 카톡을 보낸 거예요. 메시지를 전달받은 쇼호스트가 ‘마침 키 작은 방송 스태프가 있다’며 이분을 깜짝 모델로 등장시켰어요. 스태프가 마침 작고 통통한 몸매여서 비슷한 체형의 시청자들이 도움을 많이 얻었다고 합니다.(31·여·회사원)

“화려한 방송에 숨겨진 애환 많아”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기 위한 홈쇼핑 모델들의 노력은 정말 눈물겹답니다. 식품 판매 방송 땐 담당 PD가 원하는 표정이나 장면이 나올 때까지 음식을 수도 없이 먹어야 하죠. 음식의 멋을 살리느라 깨소금이나 고춧가루가 뿌려진 경우도 많은데 그러면 먹기도 되게 힘들어요. 덜 익은 생선도 한껏 오버하면서 먹어야 하니 배탈도 나죠. 트레드밀(러닝머신)이나 홈 사이클링 기계 방송 땐 힘들어도 웃으면서 계속 뛰어야 하고요. 매출이 시원찮거나 모델 시연이 PD 마음에 들지 않으면 저희는 바로 아웃되니 저희도 홈쇼핑 MD나 쇼핑 호스트들만큼 긴장한답니다.(33·방송 모델)

―홈쇼핑은 반품이 쉽다는 이유로 악용하는 고객이 많아요. 시식한 식품부터 몇 번 입어본 의류까지 반품하곤 합니다. 상담원에게 불친절하다, 응대가 성의 없다 하며 민원을 제기하는 분들도 있고요. 이렇게 무리한 요구 내지 상담원에게 인신공격을 퍼붓는 고객들은 ‘블랙컨슈머’로 분류해 명단을 따로 만들어요. 심한 욕설을 하면 해당 고객 정보란에 구체적으로 어떤 욕을 했는지 적어 놓기까지 하고요. 고객들의 요구가 점점 커질수록 저 같은 고객 서비스 직원의 스트레스 또한 커진답니다.(32·여·홈쇼핑 상담원)

―홈쇼핑 방송은 매번 생방송으로 진행돼요. 대본도 없어요. 특히 방송 하나 준비하려면 제품에 대한 공부는 필수. 의류 방송을 앞둔 날이면 저는 의류 원단을 파는 동대문시장, 백화점 등을 다녀요. 그래야 홈쇼핑과 백화점에서의 가격 차를 방송에서 정확히 말할 수 있거든요. 건강기능식품, 전자제품 방송도 준비할 게 많아요. 전문 용어가 많아서 공부를 해야 해요. 특히 심의에 걸릴 단어나 문구, 표현 등은 피해야 해요. 예를 들어 홍삼제품을 방송할 땐 ‘감기’ 같은 병명을 말하면 안 돼요. 아이들 키 성장제품을 홍보할 때도 ‘키’라는 직접적인 단어 대신 ‘성장발육’ ‘우리아이 쑥쑥’ 이런 단어들을 씁니다.(32·여·쇼핑호스트)

“홈쇼핑도 요령껏 하세요”

―보통 첫 방송 땐 쇼핑호스트들이 ‘론칭 방송이어서 구성도 좋고 가격도 저렴하다’고 말하지만 여기에 혹하면 안 돼요. 여러 해 동안 홈쇼핑을 즐겨보다 보니 주로 최초로 입점하는 신규 브랜드는 인기가 많으면 나중에 더 좋은 조건으로 판매하더라고요. 반대로 반응이 별로면 더이상 방송에서 볼 수 없고요. 또 홈쇼핑 자체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해당 상품이 언제 또 방송하는지 스케줄 알람기능을 설정하세요. 다음 방송에서는 혜택이 더 좋아졌는지, 그대로인지 등을 비교하는 데 좋습니다.(50·주부)

―‘이 구성, 이 가격, 이 조건! 다시는 만나실 수 없습니다’라는 말에 속아 급하게 주문 많이 하시죠? 같은 상품들 구성이나 가격만 살짝 바꿔 몇 개월 뒤 다시 방송하고 그런답니다. 그리고 연말이나 월말엔 홈쇼핑 회사들 간 매출 경쟁을 하느라 대대적인 세일을 해요. 같은 제품도 무이자 할부 조건을 새로 붙인다든가, 생방송 구입에 1만 원 할인해 준다든가 하는 식으로요. 홈쇼핑 자사 인터넷몰이나 모바일 앱을 통해 구입하면 추가 적립금을 주는 때도 있어요. 알뜰한 주부라면 이런 혜택을 꼬박꼬박 챙기는 것도 큰 도움이 될 겁니다.(30·홈쇼핑 PD)






오피니언팀 종합·김정은 인턴기자 성신여대 심리학과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