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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SNS에서는]군대 간 남친 보라고 섹시화보 찍는 ‘고무신’들

입력 | 2015-06-12 03:00:00


“오빠, 맥*이라는 잡지 알아?”

휴일에 집에서 쉬고 있는데 아내가 물었습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라디오 DJ가 이 잡지 화보를 찍었는데 평소 이미지와 달리 너무 야하게 나왔다는 얘기. 이 잡지를 아는 게 자랑은 아니지만 사실 군필 남성이라면 이 잡지를 모를 수가 없기에 그저 “남자들은 다 알아” 하고 답했습니다.

그러고 얼마 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에서 알게 된 글을 아내에게도 보여줬습니다. 군대 가 있는 남자친구에게 연애 시작 6주년 기념으로 이 잡지를 본뜬 화보집을 만들어 선물했다는 글이었습니다. 물론 모델은 여자친구 본인이었죠. 이 여자친구는 이 잡지를 보면서 열심히 포즈를 연습한 뒤 서울 강남에 있는 모텔 한 곳을 빌려 사진을 찍었다고 합니다. 책으로 만들 때는 인터넷 현상 업체를 이용했고요.

이 글을 본 제 아내 반응은 “예쁜데? 남자친구가 좋아할 것 같은데? 근데 너무 예쁜 척을 했다”였습니다. 그렇다고 이 글을 모두가 좋아하지는 않는 모양입니다. 이 여자친구는 블로그에 “각종 커뮤니티를 통해 곰신(‘고무신’을 줄여 부르는 본인 지칭)을 안 좋게 보는 댓글을 보았습니다. 선물이라는 게 받는 사람 기분을 생각하며 주는 거지 남들 시선까지 신경 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헤어지면 어쩌려고’, ‘가지가지 한다’ 등 본인과 전혀 관련 없는 이유 없는 비난은 삼가주세요” 하고 썼습니다.

저는 이 글을 보면서 ‘둘이 좋다는데 남이사’ 하고 생각하면서도 ‘군대에서는 분명히 여럿이 저 화보를 돌려볼 텐데 괜찮을까’ 하고 오지랖을 떨고 싶은 마음은 들었습니다. 자기 여자친구가 선·후임들의 엉뚱한 상상(?)에 쓰이면 기분 좋을 리가 없으니까요. 정답도 저 블로그에 나와 있었습니다. “면회 때 보여주고 전역 때까지 제가 소장할 거예요.”

이분이 유독 정성이 갸륵한 걸까요? 그렇지는 않은 모양. 이 여자친구한테 ‘자기도 만들어 보고 싶다’는 문의가 적지 않게 들어오나 봅니다. 아예 자주 묻는 질문(FAQ)을 만들어 올릴 정도였으니까요. 그래서인지 얼마 뒤부터 같은 방식으로 화보를 찍은 다른 여성분 사진도 남자들이 많이 모이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심심치 않게 올라오곤 했습니다. 요즘 연애에 굶주린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한 놈만 걸려 봐라. 정말 잘해줄게”라는 말이 유행이라는데 ‘잘해준다’는 표현에 참 많은 이야기가 깃들어 있는 모양입니다.

그렇다고 전 세계 35개국에서 나오는 맥*이 도색 잡지인 건 아닙니다. 성인 잡지라기보다는 남성 잡지에 가깝습니다. 섹시 화보뿐만 아니라 패션이나 게임 정보, 각종 상식 같은 내용도 풍부하게 담고 있으니 말입니다. 섹시 화보라는 것도 구글에서 성인인증 없이 볼 수 있는 수준입니다.

이 잡지 관계자는 “요즘 소비자들이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 차라리 야동(야한 동영상)을 보지 사진 때문에 돈 주고 잡지를 사지 않는다”며 “우리는 MBC ‘무한도전’이나 남자들이 즐겨 찾는 인터넷 커뮤니티 같은 곳과 경쟁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부대에서는 책이 다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돌려 봤으면서도 남성들 대부분 제대하면서 이 잡지를 끊습니다. 이 잡지 인터넷 홈페이지에 ‘전역 인증’을 하면 평생 30% 할인을 받을 수 있는데도 계속 이 잡지를 본다는 남자분을 만나는 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 관계자 얘기처럼 자유롭게 TV를 보고 인터넷 커뮤니티를 찾을 수 있으면 이 잡지를 멀리하게 되는 거겠죠. 그래서 남성들은 다 알고 판매 순위도 퍽 높은 이 잡지를 모르는 여성도 적지 않게 되는 이치일 겁니다.

참, 도색 잡지에서 도색은 한자로 ‘桃色’이라고 씁니다. 황도, 백도 할 때처럼 복숭아 도(桃)가 등장합니다. 재미있는 건 복숭아를 뜻하는 영어 낱말 ‘peach’에도 성적인 뉘앙스가 들어 있다는 것. 우리말도 그렇고 일본어와 중국어에도 도색은 ‘남녀 사이에 일어나는 색정적인 일’이라는 뜻 말고 ‘복숭아꽃의 빛깔과 같이 연한 분홍색’(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이라는 뜻도 들어 있습니다. 영어로 핑크색이 도색입니다. 핑크색은 전 세계를 막론하고 사랑을 상징하는 색깔. 그러니 핑크색이 사랑을 상징하는 색깔이 된 건 분명 우연이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황규인 스포츠부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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