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덕 산업부 기자
국내 프로야구 팬들 사이에서 떠도는 얘기다. 2011∼2014년 4년 연속 정규리그와 한국시리즈 우승을 거머쥔 ‘절대 강자’ 삼성 라이온즈에 대한 부러움 섞인 찬사다. 올해도 정규시즌 경기의 40% 정도가 치러진 현재까지 이 팀은 선두를 다투고 있다.
재계로 눈을 돌려보면 삼성 라이온즈의 모기업 삼성그룹이 그랬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법정에 섰을 때도, 애플 아이폰의 출현으로 휴대전화 사업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했을 때도 삼성그룹은 늘 보란 듯이 위기를 극복해 왔다. 마무리 투수로 절대적 역할을 맡았던 오승환 선수가 2013년 일본으로 건너간 뒤에도 탄탄한 전력을 유지하며 지난해 우승을 차지한 삼성 라이온즈와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급기야 삼성물산은 10일 자사주 전량(5.76%)을 KCC에 매각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개인투자자들은 동요하고 있다. 기관투자가들을 대상으로 한 삼성그룹의 설득 작업이 얼마나 지지부진했으면 ‘백기사’까지 동원했겠느냐는 의문 어린 시선도 나온다.
삼성그룹은 이미 지난해 실패의 쓴잔을 마신 적이 있다.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간 합병을 추진하다 반대 주주들의 대규모 주식매수청구권 행사에 무릎을 꿇은 것이다. ‘삼성이라면 정말 치밀한 준비를 했을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에도 작은 균열이 생겼다.
물론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이 무산될 가능성은 여전히 낮다는 게 금융투자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최근 등락을 반복하고는 있지만 합병 발표 직후 삼성물산 주가가 급등했다는 것은 시장이 ‘OK 사인’을 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여기에다 삼성그룹이 KCC라는 든든한 우군을 확보함으로써 다른 투자자들에게도 성공적 합병에 대한 확신을 심어줄 수 있게 됐다.
대구 출신인 필자는 어릴 때부터 삼성 라이온즈의 골수팬이다. ‘삼성 걱정은 쓸데없는 걱정’이라는 말과 상관없이 삼성 라이온즈가 한 경기라도 지면 순위가 떨어질지 걱정이 된다. 삼성전자를 필두로 한 삼성그룹은 국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삼성그룹이나 협력사 임직원이 아니더라도 삼성의 선전을 바라게 되는 이유다. 야구팀이야 올해 성적이 나쁘면 내년에 잘하면 되지만 한국 대표기업이 이름도 생소한 헤지펀드에 휘둘리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한 사람은 많지 않다.
김창덕 산업부 기자 drake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