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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방형남]아웅산 수지 끌어안은 中의 광폭외교

입력 | 2015-06-13 03:00:00


중국에 노벨평화상은 불청객이다. 노벨평화상위원회가 2010년 반체제 운동가 류샤오보를 수상자로 선정하자 중국은 “내정 간섭”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그런 중국이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미얀마 민주화의 상징 아웅산 수지 여사를 국빈으로 모셔 세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그제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수지 여사에게 “1950년 수교 이래 중국과 미얀마의 우정은 비바람이 불어도 변하지 않았다”며 “중국과 미얀마는 휴척여공(休戚與共·기쁨과 슬픔을 함께한다)의 운명 공동체”라고 말했다. 수지 여사는 1991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됐으나 미얀마 군부독재정권의 반대로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그가 2010년까지 가택 연금돼 있었을 때도 중국은 국제사회의 비난에 아랑곳하지 않고 미얀마 군부정권을 지지했다.

▷‘휴척여공’이란 진(晉)나라 도공이 어릴 적 진나라 군주이자 친척인 여공의 미움을 받아 주(周)나라에 살 수밖에 없었지만 진에 근심이 있으면 슬퍼하고 경사가 있으면 기뻐했다는 고사에서 나온 말이다. 휴척상관(休戚相關)이라고도 하는데 중국과 북한의 특수 관계를 말할 때 흔히 쓰는 순치상의(脣齒相依)와 비슷한 뜻이다. 시진핑 취임 이후 좀처럼 등장하지 않던 순치상의도 다시 등장해 관심을 끈다. 6일 리진쥔 주북한 중국대사는 양형섭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과 만나 “중국과 조선은 산과 물이 서로 이어진 순치상의의 우방”이라고 했다.

▷시진핑의 수지 여사 초청은 개혁 개방으로 서구에 가까워지는 미얀마를 다시 끌어당겨 일대일로(一帶一路)를 성공시키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수지가 이끄는 제1야당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11월 총선에서 승리할 것으로 예상하고 미리 손을 내밀었다는 시각도 있다. 그러고 보니 “정세가 어떻게 바뀌어도 양국 우호를 발전시키기 위해 힘쓸 것”이라고 한 시진핑의 말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필요하면 어느 나라든, 누구든 끌어안는 그의 광폭외교가 중국을 강력하게 만드는 원동력임은 분명하다.

방형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