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균 - 세포 형태의 생명체로 독립적 생존 가능 바이러스 - 유전자-단백질로만 구성돼 숙주에 기생
20세기에 팬데믹(대유행)을 일으킨 전염병은 바이러스가 원인인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콜레라와 뇌수막염처럼 세균성 전염병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19세기부터 7차례에 걸쳐 유행하고 있는 콜레라는 20세기에만 57만 명의 사망자를 내며 지금도 끈질기게 살아남아 인류를 위협하고 있다. 서아프리카에서 발생한 뇌수막염도 1년 만에 1210명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세균은 바이러스와 달리 세포 형태의 생명체로 스스로 세포 분열을 하면서 생존한다. 반면 바이러스는 유전정보와 단백질로만 이뤄져 있어 번식을 위해서는 숙주의 세포에 침투해야 한다. 번식 조건만 비교하면 바이러스에 비해 세균이 더 위협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퇴치하기에는 바이러스가 더 까다롭다. 바이러스가 지속적으로 유전자 구조를 바꾸면서 돌연변이를 일으켜 항바이러스제의 약효가 제대로 발휘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최초의 후천면역결핍증(AIDS·에이즈) 바이러스 치료제인 아지도티미딘(AZT)도 개발된 지 얼마 안 돼 바이러스가 약물을 인식하면서 결국 쓸모없게 됐다.
그런데 최근 페니실린 같은 기존 항생제에 죽지 않는 ‘슈퍼 박테리아’가 등장하면서 세균성 전염병의 위협이 슬그머니 고개를 들고 있다. 천종식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7차 콜레라 대유행(1961년∼현재)은 6차 때와 유전자 유형이 다른 콜레라균이 일으킨 것”이라면서 “앞으로도 변종 세균이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행히 세균은 바이러스만큼 유전자 변이 속도가 빠르지 않다. 하지만 변종 등장의 가능성은 항상 도사리고 있다. 천 교수는 “슈퍼 박테리아는 항생제가 잘 듣지 않는 세균”이라면서 “항생제에 내성을 갖게 되는 경우 인간의 면역체계가 대응하기 어려운 질병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최영준 동아사이언스 기자 jxabb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