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어디까지/베일 벗는 ‘외래환자 첫 감염’ 미스터리]
보건복지부, 삼성서울병원의 고위 관계자는 “14번 환자는 응급실 방문 첫날인 27일 의료진으로부터 N95 마스크를 처방받았다. 하지만 폐쇄회로(CC)TV 확인 결과 이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고 응급실뿐 아니라 본관 로비의 카페 지역까지 돌아다니며 기침을 상당히 많이 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 삼성병원 감염자의 80%, 27일 14번 환자와 접촉
이런 사실은 삼성서울병원에서 감염된 확진환자들의 14번 환자와의 접촉 시점에서도 드러난다. 14번 환자에게 감염된 3차 감염자 63명 중 약 80%(약 50명)가 27일 삼성서울병원에서 밀접 접촉한 사람들인 것으로 취재 결과 확인됐다.
27일 14번 환자에 대한 마스크 관리만 제대로 했어도 슈퍼 전파를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2차 확산이 촉발된 지난달 27일은 메르스 첫 환자가 나온 지 일주일이 흘렀고, 메르스 공포가 확산되는 시점이었다.
서울의 한 대형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메르스 발생 이전에도 결핵 등 감염병 전파의 위험 때문에 의료진과 의심환자는 마스크를 써야 한다. 또 환자가 이를 지키지 않으면 제지를 해야 한다”며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는 사실은 14번 환자가 슈퍼 전파자가 된 비밀 한 가지가 드러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 응급실뿐 아니라 로비지역 카페까지 드나들어
지난달 30일 14번 환자 확진 이후 삼성서울병원과 보건당국은 응급실 방문자, 가족, 의료진만 격리 조치해왔다. 1차 확산지인 경기 평택성모병원과 같이 방문자 전원에 대한 전수조사를 하지는 않았다. 하루 평균 수천 명에 이르는 방문자를 모두 찾을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특히 14번 환자가 주로 응급실 내에서만 감염을 일으켜 병원의 다른 지역 방문자는 안전하다는 주장을 계속해왔다.
하지만 14번 환자의 동선이 병원 방문객이 가장 많이 지나다니는 로비 지역까지 확대된 이상 격리 관찰 대상을 넓혀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최소한 해당 기간 1층에서 외래 진료를 받은 사람 또는 1층 로비를 지나간 사람에 대한 추적 관찰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
한 보건전문가는 “14번 환자의 최대 잠복기가 끝나 가지만 그로부터 감염된 3차 감염자 또는 아직 격리되지 않은 사람들이 추가 감염을 일으킬 가능성은 충분하다”며 “인력이 부족하다면 경찰 인력을 동원해서라도 격리자를 늘릴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유근형 기자 noe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