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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방역 예비군”… 터미널 등 하루 40곳 ‘소독 행군’

입력 | 2015-06-13 03:00:00

[메르스 어디까지/팔 걷어붙인 자원봉사자들]




12일 오후 경기 평택시 평택터미널에서 한국방역협회 회원들이 대합실 의자를 소독하고 있다. 메르스 ‘진원지’인 평택을 비롯해 확진환자가 발생한 전국 곳곳에서 이처럼 방역활동에 나서는 자원봉사자가 늘고 있다. 평택=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12일 오후 1시 30분 경기 평택시 평택공용버스터미널 입구. “안으로 들어가 주세요. 살균액 뿌립니다.” 한국방역협회 경기지회 소속 김명도 씨(53)의 외침과 함께 방역차가 뿜어낸 살균액이 부슬비처럼 터미널 안으로 날아들었다. 살균액은 차아염소산(HOCI)으로 만든 것으로 대장균 살모넬라 등 병원성 바이러스나 세균을 없애는 효과가 있다. 10여 분 뒤 김 씨는 직접 수건을 들고 터미널 안으로 들어갔다. 이어 문손잡이, 의자 등을 닦아내기 시작했다. 모두 사람의 손길이 많이 닿는 부분이다. 김 씨가 힘주어 닦아내자 손때가 사라지고 말끔해졌다. 광채가 날 정도였다. 약 30분에 걸쳐 방역작업을 벌인 김 씨가 발길을 돌리는 순간 터미널 카운터에 있던 직원이 그의 등 뒤에서 외쳤다. “기왕 하는 김에 여기도 좀 해줘요. 메르스 달아나게….”

○ “우리는 ‘방역 예비군’입니다”


요즘 김 씨는 회사(방역업체)가 아닌 평택시 보건소로 출근한다. 오전 9시 오늘 맡은 방역지역을 확인하면서 일과를 시작한다. 김 씨는 9일부터 하루에 많게는 40곳 가까이 돌아다니며 소독하고 있다. 대상 지역에 따라 2인 1조 또는 4인 1조로 팀을 꾸려 이동한다. “보건소에서 나눠주는 살균액을 제외하고 모든 장비를 자체적으로 가져와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씨처럼 평택지역 방역에 참여 중인 자원봉사자는 약 25명. 한국방역협회 경기지회 소속 업체 10여 곳에서 파견 나온 직원들이다. 이들은 요양원이나 병원, 공부방 등 사람이 많이 몰리는 곳을 찾아다니며 소독하고 있다. 이들의 자원봉사는 17일까지 예정됐다.

김 씨가 직접 방역작업에 나선 이유는 ‘공포의 지역’이 된 평택을 그냥 두고 볼 수 없었기 때문. 김 씨는 “어디에 ‘평택에서 왔다’는 소리조차 못할 지경”이라며 “마치 (평택에서) 난리가 난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며 답답해했다. 김 씨는 그래도 자신들의 활동을 보며 공포심에서 벗어나는 주민들 덕분에 힘을 내고 있다. 그는 “‘고생하시네요’라며 음료수를 건네주는 주민이 많다”며 “실질적인 방역 효과도 있지만 이처럼 과도하게 퍼진 메르스 공포를 잡는 것이 주된 목표”라고 강조했다.

하루의 방역작업이 끝나는 시간은 오후 6시경. 김 씨는 간단하게 저녁식사를 한 뒤 그제야 밀린 회사 일을 본다. 김 씨는 “요즘 거리를 지나는 사람이 10분의 1로 줄었다. 이 일대 상가 주인들은 죽을 맛”이라며 “평택이 다시 정상을 되찾을 때까지 조금이라도 보탬이 된다면 계속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 “내 고장 내가 지킨다”

메르스 확진환자가 발생한 경기 부천시에서는 지역 주민들이 보건소 등 일손이 부족한 공공기관을 대신해 경로당 은행 등을 찾아 직접 방역에 나서고 있다. 서강진 부천시 소사본3동 청소년지도위원장은 “현재 회원 19명이 공공기관을 도와 방역 활동을 하고 있다”며 “메르스 사태를 극복하는 데 지역 주민들이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경북 포항시의 오천청년회는 9일 방역봉사단을 결성했다. 참가자를 모집하자 무려 200여 명이 지원해 교대로 지역을 돌며 소독 작업을 하고 있다. 시장과 공중화장실, 주택 밀집지역을 돌며 살균액을 뿌리고 있다. 서현준 청년회 국장은 “우리 지역 안전은 우리 스스로 지킨다는 마음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과 경기 전북 충남 등 여러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자원봉사자를 모집하고 있다. 메르스 관련 봉사활동 정보는 행정자치부가 만든 1365자원봉사 포털 사이트(1365.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평택=김재형 monami@donga.com / 손가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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