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 신랑입니다. 메르스 양성 반응 나와서 대학병원에 있습니다. 지금 자고 있어서 일어나면 연락드리겠습니다.’
9일 오전 충북 청주의 한 건설회사 직원이 회사에 보낸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내용이다. 보낸 사람은 이틀째 이 회사에 출근하지 않던 20대 여직원 A 씨의 남편이었다. 회사 사장 B 씨(75)는 청원구 보건소에 곧바로 문자메시지 내용을 알렸다.
청원구 보건소는 발칵 뒤집혔다. 이날까지 관할 지역에 확진 환자는 물론이고 의심 증상을 보인 사람도 접수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보건소 측은 급하게 A 씨에게 연락했지만 통화에 실패하자 경찰에 연락해 A 씨의 집을 찾아갔다. 하지만 A 씨의 체온은 정상이었다. 메르스 증상인 기침과 오한 등도 없었다. 보건소 직원과 경찰이 추궁하자 A 씨는 “회사에 나가기 싫어서 거짓말을 했다”고 실토했다.
인천에서도 일하기 싫다는 이유로 메르스 관련 유언비어를 퍼뜨린 백화점 직원이 경찰에 적발됐다.
12일 인천지방경찰청에 따르면 한 대형백화점 매장 직원 C 씨(20·여)는 5일 남자친구 D 씨(21)에게 “백화점 직원 중에 메르스 환자 2명이 있는데, 백화점이 영업을 중단하기 싫어 사실을 숨긴다”는 허위 사실을 유포해 달라고 부탁했다. 이에 D 씨는 페이스북 활동이 활발한 E 양(15)에게 인터넷 메신저를 통해 소문을 내달라고 요청했고 E 양은 이 내용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해당 글에는 ‘좋아요’ 5000회, 댓글 1100여 개가 달렸고 약 12시간 뒤 허위 사실을 알게 된 E 양이 직접 삭제했다. 해당 백화점 측의 고소로 수사를 시작한 경찰은 추적 끝에 두 사람을 붙잡았다. C 씨는 “백화점이 영업을 중단하면 쉴 수 있다는 생각에 허위 글을 올렸다”고 말했다. 경찰은 명예훼손 및 업무방해 혐의로 두 사람을 입건했다.
한편 울산의 한 자치단체 공익근무요원 이모 씨(21)는 자신이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것처럼 진단서를 꾸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혐의로 경찰에 붙잡혀 조사받고 있다. 이 씨가 위조한 진단서에는 이름과 생년월일, 담당 의사의 이름 및 서명과 함께 ‘메르스 확진 판정자로서 자택격리 조치를 요함’ 등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
청주=장기우 straw825@donga.com / 이건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