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요새 몸은 좀 어떠세요? 주신 돈 잘 처리 됐습니다.”
1992년 경남 남해의 한 신협 지점. 직원 A 씨(49·여)가 예금을 맡긴 고객에게 통장을 건네며 활짝 웃었다. A 씨는 은행 안팎에서 친절하고 성실한 직원으로 통했다. 작은 시골 마을인데다 고객 대부분이 조합원이어서 직원과 고객 사이는 이웃처럼 끈끈했다. A 씨는 그런 ‘인기’ 덕분에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14년 동안 이 곳에서 지점장을 했다.
평온하던 시골 마을이 발칵 뒤집힌 건 지난해 4월 A 씨가 본사로 옮겨가면서다. 후임 지점장이 고객 통장 계좌와 전산원장을 대조하던 중 금액이 일치하지 않는 사례가 다수 확인된 것. 금액 규모는 가늠하기 힘든 수준이었다. 그는 곧바로 본사에 통보했고, 감사팀은 자체 조사 후에 올해 3월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남 남해경찰서는 14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업무상횡령) 혐의로 A 씨를 구속했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1991년 남동생이 교통사고가 나서 거액의 합의금이 필요해 그때부터 횡령을 시작했다”며 “기간이 워낙 오래돼 (횡령) 금액이 이토록 커진 줄 몰랐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