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경희 개인전
홍경희 씨의 작품 ‘사물들-toys’(2015년). 희수갤러리 제공
소재는 미술시간 정물화와 다를 바 없다. 쇠파이프 뼈대에 원형 목재안장을 올린 간이 의자, 플라스틱 플러그, 줄자, 벽걸이 시계, 드라이버, 냄비, 부침개 뒤집개 등 잡동사니가 뚜렷한 맥락 없이 널브러져 있다. 종이 위에 가는 연필로 윤곽만 그린 것, 캔버스에 아크릴 물감을 패턴 벽지처럼 바른 뒤 흰색 테두리가 도드라지는 판화처럼 표현한 것도 있다. 스타일은 다양하지만 틀림없이 ‘정물화’다. 학교에서 배운 것과는 전혀 다른 구도와 명암, 색채의 정물화다.
소꿉장난이 벌어지던 골목 모퉁이에서 아이들을 지우고 양동이와 삽, 빈 병만 남겼을 때, 텅 빈 방 안에 가지런히 놓인 그릇과 병에서 내용물을 비워 냈을 때, 아무 연관 없는 대상들을 한 캔버스 안에 같은 크기, 같은 기법으로 나란히 그려 놓았을 때, 눈에 보이는 것은 사물의 이름이 아니라 거기 머물렀던 누군가의 흔적에 대한 상상이다. 02-737-88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