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필성-박찬경-김지운 감독 등 잇달아 무용 공연 연출
13일 막을 내린 국립무용단 신작 ‘적’의 한 장면. 이 작품은 영화 ‘마담 뺑덕’ 등을 연출한 임필성 감독이 전체연출을 맡아 화려한 색감, 세련된 미장센 등으로 호평을 받았다. 국립극장 제공
영화 ‘설국열차’의 봉준호 감독,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놈놈놈)의 김지운 감독, ‘베를린’의 류승완 감독, 영화배우 정우성 이정재 엄지원 이솜 등의 발길이 이례적으로 줄을 이었다.
이들이 무용 공연장을 찾은 이유는 영화 ‘남극일기’ ‘마담 뺑덕’ 등을 연출한 임필성 감독의 무용 연출 데뷔 무대를 축하하기 위해서였다.
영화감독의 무용 진출은 새로운 연출 시도를 원하는 무용계와 몸의 예술인 무용을 통해 영화 연출 공부를 원하는 감독의 필요가 맞아떨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왼쪽부터 최근 무용 연출을 맡거나 맡을 예정인 영화감독 임필성, 박찬경, 김지운. 국립무용단·국립현대무용단 제공
영화감독이 무용에 도전장을 내미는 이유는 무엇일까.
임필성 감독은 “나를 비롯해 박찬경, 김지운 감독의 영화 연출 스타일이 스토리만큼이나 비주얼 면을 중시하다 보니 육체적 춤의 언어나 장면 해석을 요구하는 무용 연출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13일 ‘적’ 공연장에서 만난 김지운 감독도 “배우에게 연기 주문을 할 때 연출가가 몸의 움직임을 세세히 알고 있어야 할 때가 많다”며 “인간의 몸을 가장 아름답고 강하게 표현하는 무용수와의 작업이 영화감독 입장에선 새로운 연출 공부이기 때문에 무용 연출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고 설명했다. 박찬경 감독도 또다시 무용 연출 의뢰가 들어온다면 적극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무용평론가 장인주 씨도 “영화감독의 경우 안무가에 비해 움직임, 무대 장면 전환 등의 타이밍이 탁월하게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평했다.
하지만 다른 장르와의 협업에 대해 유행만 타지 말고 제대로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장 씨는 “다른 장르와의 협업이 긍정적이지만 마치 컨템포러리 작업의 정답인 양 인식되는 점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용평론가 심정민 씨도 “결국 무용이 주체가 돼 영화를 끌어들였느냐, 아니면 주객이 전도돼 영화감독이 무용을 단순히 끌어들였느냐의 문제가 협업의 성패에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