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6월 14일 일요일 비. 재즈의 미래. #162 Ornette Coleman ‘Lonely Woman’(1959년)
재즈 기타리스트 팻 메시니의 곡 하나를 튼다. 다른 거 말고 ‘Endangered Species’(1986년작 ‘Song X’ 수록). ‘Are You Going with Me?’(1982년)의 고즈넉한 서정으로 잘 알려진 메시니의 광팬은 물론이고 헤비메탈을 자장가 삼는 이라도 이 곡의 재생시간(13분 19초)을 꿀잠으로 버티기란 쉽지 않다. 스튜디오에 불이라도 난 듯 색소폰, 기타, 베이스, 드럼이 벌이는 이 장난 아닌 난장이 벌집 속에 머리를 처박았을 때 들리는 것보다 나으란 보장은 없다. 이 곡을 메시니와 합작한 전위 재즈 색소포니스트 오넷 콜먼이 미국 뉴욕에서 11일(현지 시간)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5세.
콜먼은 열네 살 때 구두 닦아 번 돈으로 색소폰을 사서 독학했다. 젊은 나이에 프로가 됐지만 기이한 연주를 고집한 탓에 밴드에서 쫓겨나기 일쑤였다.
콜먼은 선율, 화성, 리듬의 구속을 끊고 자유즉흥을 표방한 프리 재즈의 창시자다. 1959년 음반 ‘A Shape of Jazz to Come’이 그 시금석. 그가 남긴 유일한 스탠더드(선율과 주제가 후대에 끊임없이 다른 연주자에 의해 재해석되는 고전)인 ‘Lonely Woman’도 여기 담겼다.
콜먼이 1952년 로스앤젤레스에서 백화점 엘리베이터 보이로 일할 때 만든 곡이다. 그는 점심시간에 짬을 내 근처 미술관에 갔다가 그림 한 점에 마음을 뺏긴다. 세상이 시샘할 모든 걸 가졌지만 한없이 고독한 표정을 지은 백인여성의 초상. 거기 꽂혀 쓴 이 d단조의 구슬픈 주제선율은 포화 속에 핀 민들레 같다. 이것을 비브라폰의 영롱한 음색으로 처연히 재해석한 모던 재즈 콰르텟의 버전(1962년)은 콜먼 장례식장의 조화 같다. 역사는 이 정신 나간 연주자가 시대를 앞선 천재임을 증명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