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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용 기자의 죽을 때까지 월급받고 싶다]돈의 뒤통수

입력 | 2015-06-15 03:00:00

주식시장 가격제한 폭 확대를… 개미들 “60%대박 기회”로 착각
“공시이율 年3%대” 유혹 보험도 실상은 年2% 안팎 이율만 보장
돈의 얼굴 안보고 뒤통수만 쫓는 맹목적 짝사랑의 대가는 늘 혹독




홍수용 기자

돈의 뒤통수는 불안할 때 예뻐 보인다.

얼굴을 못 본 채 뒤통수만 쫓다 보면 어느 쪽이 뒤통수이고 얼굴인지 헷갈린다. 투자자는 얼굴 가린 돈의 냉혹함에 지치고 돈은 맹목적인 투자자를 끝내 외면한다. 버림받은 투자자는 또 다른 뒤통수를 쫓겠지만 짝사랑의 대가는 언제나 가혹하다.

지금은 돈의 뒤통수에 현혹되기 딱 좋을 만큼 불안한 시기다. 메르스 사태, 사상 최저 수준의 금리, 역대 최고 수준의 가계부채, 눈앞에 닥친 미국 금리 인상…. ‘뭔가 하지 않으면 낙오하지 않을까’ 하는 압박감이 부풀어 오르고 있다.

요즘 투자시장은 돈의 뒤통수에다 분칠을 잔뜩 해둔 모습이다.

먼저 주식시장은 15일부터 ‘가격제한폭 확대’라는 짙은 색조의 화장품을 뒤통수에 바른다. 상하한가 폭이 15%에서 30%로 늘어난다. 많은 개미가 이를 아전인수(我田引水) 격으로 받아들인다. 하루 주가 등락폭이 최대 60%(하한가에서 상한가로 오르내릴 때)인 점을 ‘대박 기회’라고 해석하는 것이다.

하지만 개미가 하루 60%의 수익을 낼 가능성은 복권 당첨만큼이나 희박하다. 금융위원회 손병두 금융정책국장, 권대영 금융정책과장에게 등락폭 확대 이유를 물어보면 ‘투기의 싹 자르기, 가격기능 정상 작동’ 같은 답들이 나온다. 당국은 개미의 투자수익률을 높이는 데는 관심이 없다. 실제 투기세력은 지금까지 등락폭이 상하 15%인 점을 악용해 상한가 굳히기(인위적으로 상한가를 만든 뒤 개미가 따라 사면 주식을 팔아 차익 실현), 하한가 풀기(하한가인 부실기업 주식을 사서 가격을 높인 뒤 추격 매수 때 차익 실현) 수법으로 투기해왔다.

투기의 싹을 자르겠다는 당국 의도와 달리 투기세력들은 소형주를 통한 한탕 작전을 벼르고 있다. 개미들이 소형주를 샀는데 운 나쁘게도 그 주식이 투기세력의 타깃이 됐다면 예전의 2배에 이르는 충격을 받을 수 있다.

보험의 뒤통수는 공시이율 때문에 매력적으로 보인다. 보험사들은 저금리를 이용해 저축성보험을 팔면서 연리 3%대의 공시이율을 강조한다. 지난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려 연 1.5%의 사상 최저 금리 구조가 형성됐으니 이런 ‘유혹 마케팅’은 더 심해질 것이다. 함정은 보험사들이 공시이율의 실체를 정확히 알려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단지 저금리 시대 최고의 투자처라고만 포장한다.

공시이율은 연간 이자율과는 전혀 다른 개념이다. 적립금(보험료) 전액에 적용되는 금리가 아니다. 보험료 중 사업비와 위험보험료(사망 질병 등을 보장하는 데 드는 보험료)를 뺀 나머지, 즉 저축보험료에만 적용된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가입기간 7년 미만인 저축성보험에서 보험료 10만 원 중 8만7000∼9만2000원에만 공시이율에 따른 이자가 붙는다. 나머지 보험료에는 이자가 없다. 그뿐만 아니라 공시이율은 다달이 바뀐다. 화장한 뒤통수는 매달 달라지지만 소비자는 첫인상의 환상 속에 있는 셈이다. 뒤늦게 공시이율이 전체 보험료에 온전히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깨닫고 무력감에 빠지는 사람이 많다.

보험의 민낯은 최저보증이율이다. 공시이율이 바뀌더라도 보험사가 꼭 보장하는 이율로 현재 연 2% 안팎이다. 얼굴만 놓고 보면 저축성보험은 은행 예·적금보다 아주 조금 나은 정도다. 그나마 가입 7년 안에 중도 해지하면 원금을 까먹을 수 있다.

부동산의 뒤통수에는 ‘최고의 투자수단’이라는 색조화장이 문신처럼 새겨져 있다. ‘부자가 되려면 부동산 투자가 최고’라는 식이다. 초유의 저금리 시대이니 ‘대출 받아 아파트 살까’ 하는 생각이 드는 건 자연스럽다. 하지만 KB금융경영연구소가 최근 내놓은 ‘2015 한국 부자보고서’를 보자. 부자의 69%는 “앞으로 부동산 투자를 통해 높은 수익을 거두기 어렵다”고 답했다. 부동산, 그중에서 아파트는 끝물이라는 의미다.

시장의 얼굴을 보고 나면 실망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때부터 ‘이런 얼굴을 가진 상품에 어느 정도의 돈을 얼마나 오래 투자해야 할 것인가’ 하는 셈을 할 수 있다. 이때 참고할 만한 분야별 전문가들의 조언을 요약하면 이렇다.

‘소형주 직접투자는 자제하라, 그 대신 대형주를 적립식으로 투자하라. 헬스케어펀드에 10년 이상 장기 투자하라. 브라질국채에 장기 투자하라. 보험은 보장성보험 위주로 들되 연금저축보험에 들려면 중간에 깨지 말라. 아파트로 큰돈 벌 생각은 접어라. 무엇보다 경제위기는 계속 반복된다는 점을 절대 잊지 말라.’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