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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박성원]‘메르스 거사’에 실패한 안철수

입력 | 2015-06-15 03:00:00


새정치민주연합의 혁신위원인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4일 페이스북에 “안철수는 의사 출신이다. 자신의 상품성을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썼다. 메르스 시국과 관련한 조언이었다. 그는 “내가 안철수라면 방역복과 마스크를 장착하고 정부 방역센터와 주요 병원을 돌겠다. 광화문광장에 서서 박근혜 정부의 ‘의료적 무능’을 질타하겠다”고 밝혔다. 조 교수는 6일에는 트위터에 “현재 대한민국 대통령이 박원순인가요?”라는 글도 올렸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틀 전인 4일 메르스 문제로 심야 기자회견을 가진 이후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6개월 만에 대선후보 지지율 1위에 올랐다.

▷안철수 새정치연합 의원은 조 교수의 코치에 귀가 번쩍 뜨여 거사(擧事)에 나선 것일까. 1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한국-세계보건기구(WHO) 메르스 합동평가단 기자회견장에 안 의원이 나타났다. 하지만 복지부가 “WHO에서 기자 이외에는 출입을 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정부 측 인사도 입장하지 못했다”며 제지해 들어가지 못했다.

▷이후 안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전날 저녁에 기자회견이 공개 행사임을 확인하고 세종시로 갔다”면서 “정권이 정보 차단에 사활을 걸고 있다.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분개했다. 의사 출신이며 국회 보건복지위원인 안 의원이 국민 건강을 염려해 기자회견장에 참석하는 것은 국회의원의 직무상 활동으로 볼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예를 들어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검찰의 기자회견장에 검사 출신이든 판사 출신이든 법사위 국회의원이 나타나 이게 궁금하다, 저게 부족하다는 식으로 질문을 던진 적이 있었던가. 국제기구인 WHO가 기자회견을 하면서 특정 정치인과 문답을 했다는 소리도 들어보지 못했다. 국회의원이 복지부 소관 문제에 대해 의문이 있다면 자료나 국무위원 출석을 요구해 얼마든지 묻고 따질 수 있다. 안 의원이 조 교수의 정치적 지도를 받는 것이야 자유이겠지만 때와 장소를 구별하는 법을 배운 뒤 실행에 옮겨야 할 것이다.

박성원 논설위원 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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