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교 50년, 교류 2000년 한일, 새로운 이웃을 향해]
일본 도쿄에서 차로 한 시간가량 떨어진 히다카 시의 ‘고마 신사’에는 고구려 조상들을 모셨다는 것을 명확하게 밝힌 ‘고려왕묘’라는 현판이 걸려 있다. 히다카=허문명 국제부장 angelhuh@donga.com
5월 신사에서 만난 고마 궁사는 피는 속일 수 없는지 언뜻 봐도 선 굵은 외모가 전형적인 일본인보다는 한국인과 가깝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임진왜란 때 3형제가 뿔뿔이 흩어져 두 명은 전사하고 장손만 숨어 살아남아 겨우 대를 이을 수 있었다. 32대 할아버지는 ‘절대 전쟁에 나가거나 나랏일에 끼어들지 말라’라는 유언을 남겼고 이후 자손들은 종교인으로 이곳 신사를 지키는 것을 평생의 과업으로 알고 살았다.”
그에게선 한국인의 후손으로서 일본에서 겪어 온 차별이나 소외라는 말 대신 “나의 뿌리는 한국이지만 내가 크고 자란 곳은 일본이다. 내 조국은 둘”이라는 말이 나왔다. “옛 조상들처럼 한국과 일본이 다시 새로운 이웃으로서의 인연을 이어 갔으면 좋겠다”는 말도 했다.
22일 한일 수교 50주년이 되는 역사적인 날을 기념해 한일 관계를 교류의 역사로 보는 ‘한일, 새로운 이웃을 향해’ 시리즈를 기획했다. “동아시아의 미래는 한일 두 나라가 고대로부터 쌓았던 인연을 어떻게 성공적으로 재발견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미국의 석학 재러드 다이아몬드(‘총, 균, 쇠’의 저자)의 말을 새기며 연재를 시작한다.
히다카=허문명 국제부장 angel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