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사람이 집 보러오는 게 불안하다고 당분간 집을 안 내놓겠다고 하네요.”
서울 마포구의 공인중개사 김모 씨는 최근 이런 전화를 여러 통 받았다.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공포가 확산되면서 낯선 사람들과의 접촉을 꺼리는 집주인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김 씨는 “비수기와 겹쳐 집을 보러 오는 사람도 확실히 줄었다”고 말했다.
메르스 사태가 길어지면서 부동산시장에도 불똥이 떨어지고 있다. 주택시장에서 수요자들의 문의가 줄고, 건설사들도 분양일정을 미루면서 아파트 분양시장이 다소 썰렁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반면 수익형 부동산시장은 기준금리 인하의 영향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아파트 매매시장은 이달 들어 한 풀 꺾인 모습이다. 15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6월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는 4852건에 그쳤다. 거래 기간을 한 달로 늘려도 1만 건을 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3~5월 중 매달 1만2000건 이상 거래되던 것과 비교하면 거래량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서성권 부동산114 선임연구원은 “아파트 가격은 여전히 오르고 있지만 메르스 영향으로 매매거래가 최근 줄어든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연초부터 수만 명씩 몰리던 아파트 분양시장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건설사들은 7, 8월 비수기가 오기 전인 이달 중 분양 물량을 쏟아낼 계획이었지만 메르스 확산 우려 속에 본보기집 개관 일정을 잇달아 연기하고 있다.
메르스 확진자가 발생한 경기 수원시에서는 대림산업의 e편한세상 테라스 광교(576채), 현대산업개발의 ‘광교아이파크’(958채), 포스코건설의 ‘광교 더¤’(686채) 등이 본보기집 개관을 19일에서 26일로 미뤘다. 같은 날 본보기집을 열 예정이던 부산 부전동 골든뷰 센트럴파크도 개관 날짜를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사 관계자는 “내수 경기가 위축되고 있는데다 다음 달부터 휴가철이 시작돼 분양열기가 꺾이지 않을까 걱정”이라며 “빨리 메르스 사태가 진정되기만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반면 월세를 받을 수 있는 오피스텔 등 수익형 부동산시장은 메르스 확산에도 전혀 위축되지 않고 있다. 실수요자보다 투자자 위주의 시장이어서 상대적으로 금리인하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우건설이 12일 문을 연 오피스텔 ‘성남 센트럴 푸르지오 시티’ 견본주택에는 14일까지 2만2000여 명의 인파가 몰렸다. 선착순 방식으로 공급되다보니 견본주택 개장 전날인 11일 오후 5시부터 100여 명이 견본주택 바깥에 줄 서 대기하며 밤을 새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상가시장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1~5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급하는 단지 내 상가의 평균 낙찰가율은 212%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포인트 높아졌다. 총 16개 단지, 101개 점포(특별 분양 제외, 신규 입찰 기준)가 공급됐고 유찰은 한 차례도 없었다.
전문가들은 수익형 부동산의 인기가 하반기(7~12월)에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투자할 때는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장경철 부동산센터 이사는 “우량 임차인을 쉽게 확보할 수 있을지, 주변 지역이 공급과잉 상황은 아닌지 확인해야 한다”며 “홍보관의 설명에만 의존하지 말고 꼭 현장을 방문해 주변여건이나 개발호재 가능성 등을 체크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