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획량 급감… 제주 서귀포항 가보니

12일 오전 제주 서귀포수협 위판장은 한산한 분위기였다. 어민들은 “예년에는 갈치가 담긴 나무상자 수백 개가 쌓여 있었다”고 말했다. 위판장 맞은편에는 조업에 나서지 못한 어선 수백 척이 정박돼 있었다. 서귀포=김성모 기자 mo@donga.com
화창하게 맑았던 12일 오전 제주 서귀포항. 택시 2, 3대 크기의 작은 어선부터 10t 크기의 대형 어선까지, 100여 척의 배가 항구에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배 안은 텅 비어 있었다. 항구는 어민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한산했다. 이미 조업과 하역을 마치고 정리를 했어야 할 시간. 하지만 기대했던 생선 비린내는 맡을 수 없었다.
제주는 국산 갈치 어획량의 90%를 차지하는 곳이다. 제주의 갈치잡이 배는 1500∼2000척에 이른다. 이들이 잡는 갈치는 연간 2000억∼2400억 원어치(경매가 기준)다.

갈치는 빛을 따라 모여드는 성질이 있다. 갈치잡이 배들은 캄캄한 밤중에 대낮처럼 등불을 밝힌 채 고기를 잡는다. 따라서 배 크기에 따라 수백만∼수천만 원의 기름 값이 들고 선원들의 인건비도 만만치 않다. 미끼로 쓰는 꽁치 값도 적잖은 부담이다. 어민들은 “갈치가 안 잡히다 보니 한 상자에 2만 원인 꽁치 값도 안 나온다”며 “조업량이 급격히 떨어져 바다에 나가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같이 전국 최대 산지에서 갈치의 씨가 마르자 ‘은빛 갈치’가 ‘금갈치’가 되고 있다. 서귀포수협의 6월 현재 갈치 위판 가격은 상자(10kg)당 30만 원 정도다. 15만∼20만 원 선이었던 예년 가격보다 최대 2배가량 오른 것이다. 이 때문에 제주 일대의 식당들은 갈치 메뉴의 가격을 올리거나 손해를 보면서 장사를 하고 있다. 갈치조림과 전복해물뚝배기를 파는 한 식당 사장은 “어쩔 수 없이 갈치 메뉴의 가격을 2000원 정도 올렸다”며 “비싸다고 난리 피우고 안 먹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일부 식당에서 세네갈산 수입 갈치를 국산이라고 판다’는 말이 돌아 제주시가 원산지 단속에 나서기도 했다.
대형마트 가격은 지난해보다 최대 30%가량 올랐다. 산지 가격이 2배로 오른 것에 비하면 ‘선방’하고 있는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해석이다. 싸게 사놓은 기존 구매 물량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형마트 갈치 값도 크게 오를 가능성이 높다. 이미 생물 갈치는 제주도에서 올라오는 물량이 없어 판매가 일시적으로 중단됐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6월 초가 지나면서 크기가 작은 갈치가 잡히고 있다는 점이다. 작은 갈치가 나오면 곧 큰 갈치가 잡힐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껑충 뛰었던 갈치 값이 안정될 수 있다. 홍석희 서귀포수협 조합장은 “원래 갈치는 4, 5월 두 달 동안 15일 정도 안 잡히는데 몇 해 전부터 그 일수가 늘어나 올해는 45일에 이르렀다”며 “다행히 최근 작은 갈치가 조금씩 잡히고 있어 시간이 지나면 큰 갈치도 잡히기 시작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귀포=김성모 기자 m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