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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송평인]거짓말 바이러스와의 싸움

입력 | 2015-06-16 03:00:00


‘닥터 하우스(House M.D.)’는 2012년 막을 내린 미국 드라마다. 주인공 닥터 하우스는 ‘모든 사람은 거짓말을 한다(Everybody lies)’는 대사로 유명하다. 그는 ‘나는 환자들에게 왜 거짓말을 하느냐고 묻지 않는다. 환자들은 거짓말하고 있다고 그저 상정할 뿐’이라고 말했다.

▷메르스 1차 유행의 출발점인 1번 환자는 평택성모병원에 입원할 당시 바레인을 다녀왔을 뿐이라며 메르스 발병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를 여행한 사실을 숨겼다. 건양대병원 등에서 22명을 감염시킨 16번 환자는 수술을 거부당할까 봐 평택성모병원에 입원한 사실을 숨겼다. 삼성서울병원의 비정규직 환자이송요원은 월급 삭감을 우려해 증상 발현 뒤에도 9일간 숨기고 일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평소 같으면 환자의 거짓말은 환자 자신이 피해를 보는 ‘자기 책임의 원리’로 다루면 되지만 전염병이라면 다르다. 의사는 공공 안전을 책임지는 경찰관처럼 ‘취조’를 해서라도 환자에게서 진실을 캐내야 할 의무가 있다.

▷병원이 잘못해 놓고 그 실수를 환자의 거짓말에 뒤집어씌우려 한 경우도 있다. 삼성서울병원은 2차 유행의 출발점인 14번 환자가 평택성모병원에 입원한 사실을 숨겼다고 주장했으나 환자가 평택성모병원에서 찍은 컴퓨터단층촬영(CT) 사진을 입원 시 제출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환자이송요원에 대해서는 14번 환자가 응급실에 있을 때 근무했던 9명을 격리하고 90명 전원을 대상으로 감염을 조사했으나 이 과정에서 1명이 누락돼 환자가 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누락의 책임 소재는 불분명하다. 환자가 교묘히 빠져나갔다는 뉘앙스가 없지 않다.

▷사실을 말하자면 환자만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니다. 병원도, 방역당국도 책임을 떠넘기려는 유혹을 받고 있다. 비판자들은 거짓 우려를 퍼뜨린다. 닥터 하우스는 ‘진실은 거짓말에서 출발한다(Truth begins in lies)’고 말했다. 거짓은 극복해야 할 상수다. 메르스와의 싸움은 단순히 바이러스와의 싸움이 아니다. 거짓과도 싸워야 한다는 데 이 싸움의 어려움이 있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