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어디까지] 美대학 연구진의 ‘메르스 관련 분석’ 2題 MIT팀 “크기 1마이크로미터 이하… 가라앉지 않고 공기중에 떠다녀”
보건당국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환자의 비말이 2m 이상 퍼지지 않는다고 줄곧 강조해 왔다. 감염 위험이 있는 격리 대상자 기준 또한 이를 근거로 해 2m 이내 밀접 접촉자를 최우선 순위로 보고 있다. 그런데 기침이나 재채기로 뿜어져 나오는 연무질(에어로졸)이 비말과 달리 60m 이상 퍼질 수 있다는 가능성이 지난해 제기된 바 있어 관심을 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의 리디아 부루이바 교수팀은 초고속 카메라로 재채기를 통해 뿜어져 나온 비말과 연무질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수학적 모델 분석을 통해 눈에 보이지 않는 연무질이 60m 이상 전파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지난해 4월 영국 케임브리지대 출판사가 격주로 발간하는 학술지 ‘유체역학(Journal of Fluid Mechanics)’에 실렸다.
재채기를 하는 사람이 뿜어내는 비말과 연무질을 초고속 촬영한 결과, 크기가 5μm(마이크로미터·1μm는 100만 분의 1m) 이상인 비말은 곧장 땅에 떨어졌지만, 1μm 이하로 크기가 작은 연무질은 구름을 형성해 집단으로 무리지어 움직이며 떠오른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연무질로 이뤄진 구름이 하늘에 떠 있을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당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비말이 1.8m(6피트) 이상 퍼질 수 없다는 것에 근거해 에볼라 바이러스가 그보다 먼 거리로는 확산될 수 없다고 못을 박고 있었다.
1μm 크기의 연무질에는 그 크기의 10분의 1에 불과한 에볼라 바이러스나 메르스 바이러스의 입자가 수십 개 포함될 수 있다. 연구팀은 “재채기를 할 때 나오는, 눈에 보이는 침이 전부가 아니다”며 “눈에 보이지 않는 기체처럼 이동할 수 있고 문틈을 빠져나오거나 환기시스템으로 침투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용석 경희대 생물학과 교수는 “열린 공간에서는 직접 접촉이나 비말을 통해 주로 전염이 이뤄지지만, 밀폐되거나 공기 순환이 더딘 닫힌 공간에서는 연무질이나 비말핵(비말이 건조된 것)을 통한 감염 가능성도 가볍게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우상 동아사이언스 기자 ido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