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병원을 중심으로 한 2차 확산은 전혀 다른 각도에서 대책을 찾아야 한다. 1번 환자가 삼성서울병원을 방문했을 때 병원 측은 이 환자의 중동여행 직후의 발병을 근거로 메르스 감염을 의심해 철저한 격리를 통해 감염 확산을 막을 수 있었다. 그러나 14번 환자가 응급실을 방문했을 때는 평택성모병원에서 진료받았는지를 알지 못해 메르스 감염 가능성을 이틀이 지난 뒤에나 파악했고 이 3일간의 방치가 2차 확산을 촉발했다. 1차 혹은 2차 의료기관의 진료기록을 3차 의료기관이 공유할 수 있었다면 메르스 불안은 조기에 끝날 수도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의료기관 간의 정보 단절로 인한 불편함을 항상 겪고 있다. 환자가 한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다가 두 번째 의료기관을 찾아가면 이곳에서 거의 모든 검사를 다시 하는 것이 일반화돼 있다. 의료기관 간에 정보가 공유되지 않는 것은 평상시에는 단지 불편함에 그치지만 이번 메르스 사태와 같은 상황에서는 감염병 확산의 큰 원인이 되고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촌각을 다투는 응급환자도 환자의 기본적인 의료정보를 즉시 확보하지 못해 생명을 잃을 수 있는 가능성에 우리는 아직도 무감각하다. 작은 카드나 칩에 환자의 정보를 얼마든지 담을 수 있는 기술의 발전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귀중한 생명을 잃고 있는 현실을 더이상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된다.
개인에게 언제든 응급상황이 닥칠 수 있는 것처럼 바이러스 감염 또한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국가적인 응급사태이다. 이러한 응급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국가 의료정보 시스템의 개발을 이제부터라도 시작해야 한다.
박상수 을지대 의료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