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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令이 서지 않는 문형표 장관 두고 메르스 잡을 수 있겠나

입력 | 2015-06-17 00:00:00


어제 대구에서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첫 확진 판정을 받은 154번 환자는 구청 공무원이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대구 첫 메르스 확진환자가 공직자라는 사실에 참담하고 죄송한 심정”이라고 했다. 그는 지난달 27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 문병을 갔다 온 뒤 동행한 누나가 10일 확진 판정을 받고 자신도 열이 났는데도 근무와 회식, 경로당 방문에 대중목욕탕까지 다녀왔다. 보건복지부 메르스 예방수칙에 따르면 환자와 접촉한 경우, 증상이 없더라도 보건소에 연락하고 14일간 자가 격리를 해야 한다. 일반인도 아닌 공무원의 수칙 불이행으로 지역 감염이 우려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달 23일 메르스 대응상황 점검회의에서 “감염병 대응체계를 총동원하고, 환자 접촉자를 일일 모니터링하는 등 철저히 조기 대응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메르스 퇴치를 위해 국민 협조와 시민의식, 고통 분담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한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충남 천안의 한 중학교 교사는 메르스 확진자와 접촉한 뒤 닷새간 정상 출근을 계속해 학교가 15∼19일 임시 휴업에 들어갔다. 당장 드러난 상황만 봐도 정부 대응체계 총동원은커녕 일선 공무원조차 메르스 예방수칙을 알고 현장에서 대응하는지 의심스럽다. 2일 “자가 격리 일일 모니터링을 철저히 하고 있다”고 브리핑한 권준욱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기획총괄반장을 비롯해 보건당국은 지금껏 거짓 보고를 해왔단 말인가.

보건당국은 메르스 예방수칙을 안 지킨 공무원과 교사를 나무랄 자격도 없다. 문 장관이 메르스 첫 환자가 발생한 지 6일이 지나서야 박근혜 대통령에게 첫 대면보고를 한 것을 비롯해 보건당국에서 내놓은 낙관적 메르스 전망과 대응은 번번이 빗나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환자와 2m 거리를 유지하면 큰 문제 없다’ ‘건강한 사람은 완치될 수 있다’는 발표도 못 믿겠다는 불신이 커지고 있다. 처음부터 안이한 판단과 늑장 대처로 메르스 통제의 골든타임을 놓친 보건당국 지휘탑이 그대로 있으니, 자신들의 잘못을 바로잡지 못하고 계속 비현실적 낙관론만 펼치고 있는 게 아닌지 의문이다.

메르스의 진원지인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메르스 확산이 진정되기 시작한 것은 2014년 4월 신망을 잃은 보건장관이 해임된 다음이었다. 아델 파케이흐 새 보건장관은 ‘투명한 정보 공개’를 내걸고 고강도 방역작업을 펼쳐 신규 감염자를 줄였다. 중국을 강타한 사스 사태 역시 2003년 왕치산 하이난 성 당서기(현 당 정치국 상무위원)가 베이징 시장으로 긴급 투입되면서 확산 기세를 꺾을 수 있었다.

우리에게도 메르스 확산을 진정시킬 ‘국면 전환’이 절실하다. 공직사회에서도 영(令)이 서지 않는 문형표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장으로는 메르스가 ‘관리’될지 걱정스럽다. 메르스 위기가 수습될 때까지 기다릴 것이 아니라, 실패를 계속하고 있는 지휘탑부터 문책해야 국민의 신뢰도 회복이 가능하다. 현실을 직시하고 최악의 상황까지 준비할 수 있는 대책본부장이 나와야 메르스 국면도 전환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