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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지내십니까]“鐵있는 곳엔 어디든 달려가… 승부근성, 지금도 철철 넘칩니다”

입력 | 2015-06-17 03:00:00

고려용접봉 사장 변신한 최희암 前농구감독




고려용접봉 사장으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최희암 전 감독은 “농구 감독 시절 선수들의 장점을 극대화하려 애썼다. 경영자로서도 그런 리더십이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고려용접봉 제공

“농구 감독과 기업 경영자는 사람 관리 솔선수범, 비전 제시 등이 중요한 덕목이라는 점에서 비슷하다.”

한때 최고 명장(名將)으로 코트를 주름잡던 그는 요즘 사장 직함으로 전국을 누비고 있다. 대학농구 연세대를 국내 최강으로 이끈 뒤 프로농구 모비스, 전자랜드 감독 등을 맡았던 최희암 고려용접봉 사장(60)이다.

최 사장은 농구팀을 운영하던 전자랜드의 자매회사인 고려용접봉 홍민철 회장의 권유로 중국 다롄의 중국 지사장이 돼 5년 동안 일하다 지난해 귀국 후 부사장을 거쳐 연말에 이 회사 사장으로 부임했다. 연 매출 2500억 원에 직원 360명인 회사를 이끌고 있는 최 사장은 “감독 시절 방문 경기를 하러 가던 경남 창원시(프로농구 LG 연고지)에 영업본부가 있어 요즘은 늘 여기서 생활하고 있다. 건설 현장, 조선소, 자동차 공장 등 쇠가 들어가는 곳이면 어디든 찾아가 영업 일선을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포스코 등 500개의 거래처를 관리하고 새로운 영업 파트너를 발굴하는 것도 그의 주된 업무다.

중국 법인 시절 연간 매출을 50% 넘게 늘리며 2년 연속 300억 원을 넘기는 수완을 발휘했던 최 사장은 “중국에서 농구가 최고 인기 스포츠인데 내가 감독 출신이라고 했더니 거래처와 관계를 맺고 계약을 성사시키는 데 큰 도움을 받았다”며 웃었다. 최 사장은 “중국보다 본사의 규모가 10배에 이르러 책임감이 더 커졌다. 농구 감독이 선수들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리더십이 중요하듯 경영자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고 했다.

아마추어 농구 현대 창단 멤버였던 그는 은퇴 후 현대건설에 입사해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1년 넘게 근무했다. 최 사장은 “(당시) 무장 강도를 만나 목숨을 잃을 뻔한 적도 있다. 다양한 경험이 인생의 자양분이 됐다. 운동선수들은 대개 독불장군이 되기 쉽고 주변을 잘 헤아리지 못해 은퇴 후 고생하기 쉽다. 수업에 참여해 사람을 사귀고 동료 선후배들을 알아 두는 일은 공부 못지않게 중요하다. 꾸준히 내일을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올 시즌 프로농구에서는 최 감독 밑에서 코치를 했던 유재학 모비스 감독을 비롯해 사제의 인연이 있는 유도훈(전자랜드) 문경은(SK) 이상민(삼성) 조동현 감독(kt)이 지휘봉을 잡고 있다. 현역 감독 10명 가운데 최 사장의 제자가 절반이나 된다. 5명의 제자 감독은 모두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지도자로 철저한 역할 분담과 무한 경쟁을 강조했던 최 사장을 꼽는다. 최 사장은 “재학이는 꼼꼼하고 카리스마까지 갖췄다. 도훈이는 늘 가장 먼저 일어나는 노력파였다. 경은이는 응용 능력이 뛰어났고, 상민이는 스스로 알아서 하는 스타일이었다. 동현이는 근성이 대단했다. 잘 성장해 줘 흐뭇하기도 하지만 감독은 챙길 것도 많고 스트레스가 심한데 걱정이 앞선다. 시즌이 되면 경기장에도 가끔 나가 봐야겠다”고 했다. 어느새 최 사장의 시선은 마음의 고향인 농구장을 향하고 있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