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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O단지 잡아라” 청주-사천 총력

입력 | 2015-06-17 03:00:00

10년후 국내시장 4조 규모 예상… 충북-아시아나 가장 먼저 도전장
경남-KAI는 항공인프라 홍보… 인천도 파트너 물색 움직임




국내 항공시장이 세계 6위 규모로 커지면서 항공 수리·정비(MRO·Maintenance, Repair and Overhaul) 사업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가 MRO 사업을 육성하기 위해 관련 산업단지 조성계획을 밝히자 유치전이 불붙고 있다.

정부는 1월 MRO 산업단지 조성 등의 내용을 담은 ‘2차 항공정책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청주공항이 있는 충북 청주시와 국내 유일의 항공기 제작사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위치한 경남 사천시가 산업단지 유치전을 벌이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들이 MRO 산업단지 유치전을 벌이는 것은 MRO 수요가 향후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항공기는 제조 금액의 5∼7% 정도가 매년 유지관리비로 들어가기 때문에 20년 정도면 항공기를 구입하는 수준의 돈이 유지·정비에 들어간다. 국내 MRO 수요는 연간 약 2조5000억 원으로, 10년 뒤에는 항공산업 성장과 함께 4조2000억 원 수준으로 커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 민간 항공사만 해도 연간 7600억 원 정도의 MRO를 싱가포르 등 해외에 의존하고 있고, 군수 분야까지 합치면 매년 1조3000억 원 정도의 돈이 해외로 나가고 있다. 이 수요를 국내로 대체하고 항공기가 급증하는 중국 등 해외 정비 수요를 흡수하기 위해 이제라도 MRO 사업을 키워야 한다고 본 것이다. 정부는 2025년까지 세계 시장 3%, 아시아 시장 12%의 점유율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가장 먼저 유치전에 뛰어든 곳은 충북도다. 국토의 중앙에 있어 교통과 물류비용이 절감될 뿐만 아니라 청주공항 인근 에어로폴리스 지구가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돼 해외기업의 투자를 유치하는 데 유리하다는 것이다. 이에 충북도와 청주시는 1월 아시아나항공과 협약을 체결해 서로 협력하기로 했고, 제주항공 에어부산 이스타항공 등 저비용항공사들도 사업 파트너로 참여한 상태다.

여기에 KAI와 경남 사천시가 가세했다. KAI를 중심으로 다수의 항공 관련 기업이 있어 국내 매출의 70% 이상을 담당할 정도로 인프라가 갖춰진 데다, KAI가 군용기에 강점이 있는 만큼 군수와 민수 분야 MRO를 통합적으로 수행해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KAI도 에어인천, 티웨이항공 및 해외 MRO 업체 2곳과 양해각서를 맺었다. KAI는 초음속고등훈련기 ‘T-50’과 기동헬기 ‘수리온’ 등을 개발한 국내 최대 방산업체로, 최근 총 18조 원이 투입되는 한국형전투기(KFX) 사업의 우선협상 대상 업체로 선정되기도 했다.

각 지자체와 업체가 짝을 지어 연이어 MRO 산업단지 유치전에 뛰어들자 인천시도 유치전에 뛰어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허브공항인 인천국제공항이 있어 MRO를 위해 따로 이동할 필요가 없는 데다 대한항공 계열의 인하대가 위치해 있어 인천시가 대한항공과 손을 잡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적극적인 인천시에 비해 공기업인 인천공항공사는 유치전에 뛰어들면 불공정 시비가 일어날까봐 아직 나서고 있지 않고, 이미 부산테크센터에서 MRO를 하고 있는 대한항공도 관망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유치전이 뜨거워지면서 지역갈등 양상도 보이고 있다. 지난해 KAI가 사천시와 손을 잡기 이전에 경남도와 충북도가 KAI를 유치하려는 과정에서 갈등이 빚어진 바 있고, 지난달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경남 사천이 MRO 단지의 최적지”라고 발언한 데 대해 새정치민주연합 충북도당이 반발하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