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카로도 쉽게 원근감 있는 사진을 만들 수 있다.
박경모 전문기자
최근 지인이 유럽 단체 여행으로 파리를 찾았다. 인증 샷을 남기고 싶어 에펠탑 바로 아래까지 달려갔지만 제대로 된 사진을 찍지 못했다는 그의 말을 듣고 모파상 얘기가 떠올랐다. 서울 광화문광장에 있는 이순신 장군 동상 바로 아래에서 여러 포즈로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관광객을 볼 때마다 ‘조금만 떨어져 서면 사람과 배경이 잘 나올 텐데’라고 혼잣말을 한 적이 많다.
그렇다. 큰 유적이나 자연 경관 등 배경에 너무 가까이 서면 배경에 파묻히고, 반대로 인물을 클로즈업하면 배경이 잘리고 만다. 좋은 사진을 찍으려면 먼저 화면에 담을 범위를 정하고 그 배경에 따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위치에 주인공이 자리 잡아야 한다. 폰카라면 배경의 높이(크기)만큼 거리를 둬야 한다.
3차원 이미지를 2차원 평면으로 옮길 때 필연적으로 생기는 왜곡 현상에 광각렌즈의 특성을 잘 활용하면 장난감 자동차를 실물처럼 크게 클로즈업하거나 큰 비행기를 장난감처럼 작게 보이도록 할 수 있다. 영화 ‘반지의 제왕’에서 마법사 간달프가 키 작은 호빗족보다 훨씬 더 크게 보이도록 하기 위해 카메라 쪽에 가깝게 서는 원근법 원리를 활용했다고 한다.
반대로 망원으로 렌즈를 줌인하면 앞뒤 피사체 간의 원근감이 사라져 마치 가까이 붙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선수 바로 뒤에 관중이 앉아 있는 것처럼 보이는 스포츠 중계방송 원리와 비슷하다.
사물을 실제 크기와 다르게 촬영하는 것은 이미지를 조작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엄연히 실제로 찍은 사진이기 때문이다. 원근감은 렌즈의 화각에 따라 만들어지는데, 이런 특성을 적절히 활용해 평범한 주제를 흥미 있는 사진으로 만드는 게 테크닉이다.
폰카로도 훌륭한 작품 사진을 찍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고급 디카로 형편없는 사진만 찍는 사람도 있다. 좋은 사진을 얻으려면 앞뒤, 상하, 좌우로 부지런히 움직여 이상적인 카메라 위치와 각도를 찾아내려고 노력해야 한다. ‘사진은 발로 찍는다’고 하는 격언은 그래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