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 “국가 재난 상황을 정치적 이득에 이용해서야” 朴, 대책본부장 자임하며 삼성 비정규직 전수조사 등 통 큰 ‘선심 쓰기’ 난리 통에 목소리 큰 사람이 좌지우지해선 극복 안 된다
홍찬식 논설위원
―기자회견장 건은 어찌 된 일인가.
“메르스 문제에 대한 정부의 정보 차단이 너무 심해서 국회의원도 정보를 얻지 못하고 있다. WHO 측의 객관적 얘기를 듣고 싶었다. 이번에 내한한 조사단과 면담하고 싶다고 전부터 요청을 했으나 바빠서 시간을 못 낸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그나마 기자회견이 공개행사라고 해서 현장에 갔더니 보건복지부 말이 달라져 들어갈 수 없었다. WHO 관계자와 간단하게라도 만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했으나 이마저도 거부당했다. 이것이 정치적 쇼로 해석되는 것은 수긍할 수 없다.”
―메르스가 터진 다음 뭘 했는가.
―조국 서울대 교수는 안 의원에게 “상품성을 높일 좋은 기회”라며 방역복과 마스크를 착용하고 정부 방역센터와 주요 병원을 돌라고 조언했는데….
“그런 행동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 정치적 퍼포먼스는 내 관심사가 아니다. 지금은 사태 수습이 중요하다. 국가적 재난 상황을 정치인들의 이득을 위해 활용한다는 것은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정치인은 콘텐츠로 평가받아야지, 퍼포먼스로 평가받아서는 안 된다.”
박원순 시장이 정부의 무능을 질타하며 “이 시간부터는 내가 메르스 대책본부장”이라고 나선 것과는 완전히 다른 리더십이다. 안 의원은 “과잉 대응하면 국민이 지나친 불안감을 갖게 되고 경기침체 등 부작용이 크다”며 오히려 박원순식 해법을 경계했다. 하지만 두 유형의 리더십 가운데 국민들은 박원순 리더십 쪽에 눈길이 더 쏠려 있는 듯하다.
지난 주말 박 시장은 삼성서울병원의 비정규직 근로자 2944명을 서울시가 맡아 메르스 감염 여부를 전수 조사하겠다고 밝히면서 또 한 번의 승부수를 던졌다. 일각에서는 “메르스에 총력대응하고 있는 건 박원순뿐” “메르스 대통령”이라며 박수가 터져 나온다. 그러나 박 시장이 왜 정규직 비정규직을 나누는지, 이번 사태에서 병원 측이 비정규직을 차별해 왔는지 등 떠오르는 의문점이 많다.
서울시는 앞서 35번 환자가 참석했던 재건축조합 총회 참가자 1565명을 전수 조사했다. 결과적으로 열이 있는 사람이 2명 있었고 이들 역시 음성으로 판명됐다. 이런 조사가 꼭 필요한 것이었느냐는 회의가 제기된다. 서울시의 보건 인력들이 조사를 하느라 녹초가 됐다는 말도 나온다. 삼성서울병원 비정규직은 재건축조합 인원의 2배 가깝다. 이미 전수 조사를 마친 삼성병원 비정규직을 한 번 더 조사한다는 것은 박 시장의 통 큰 ‘선심 쓰기’일 뿐이다. 비정규직 정규직을 나누는 발상도 옳지 않다. 박 시장의 인기 관리에 도움이 될지는 몰라도 위기 극복과는 별 상관이 없다.
메르스와 관련해 불확실한 정보와 억측이 난무하고 있다. 혼란의 와중에 대중이 단숨에 해결하는 방식에 솔깃해하는 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답답한 리더십 탓도 있을 듯하다. 그럼에도 난리 통에 목소리 큰 사람이 좌지우지하는 일은 피해야 한다. 어느 한편을 택하라고 한다면 나는 안철수 쪽 리더십을 고르고 싶다.
홍찬식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