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신 체제를 비판했다가 574일 동안 옥고를 치렀던 고(故) 김철 전 통일사회당 당수(대표)에 대해 국가가 배상할 책임이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1960~1980년대 국내 사회민주주의를 이끈 김 전 당수는 김한길 전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의 부친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3부(부장판사 강태훈)는 김 전 대표 등 유족 3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2억3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17일 밝혔다. 긴급조치 9호에 대한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대법원 판단에 따라 1심 판결이 뒤집힌 것이다.
재판부는 “긴급조치 9호가 위헌·무효라고 선언되지 않았던 이상 김 전 당수를 영장 없이 체포·구금한 수사기관이나 유죄 판결을 내린 법원의 행위를 불법이라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김 전 당수가 무죄로 재심판결을 받은 이유는 긴급조치 9호가 위헌·무효라는 것일 뿐 당시 수사과정에서 고문, 폭행 등 가혹 행위를 당했다는 점이 증명됐기 때문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김 전 당수는 1975년 통일사회당 중앙상임의원회 의장 박모 씨에 대한 공소장 사본을 입수해 언론에 배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항소심에서 징역 2년에 자격정지 2년을 선고받고 1년 넘게 옥고를 치렀다. 김 전 당수가 숨진 이후 김한길 전 대표 등은 2013년에 재심청구를 내 무죄 판결을 받아냈고, 이후 “손해배상금 총 1억7000만 원을 지급하라”고 소송을 냈다. 1심은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 유족에게 총 9800여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배석준 기자 eul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