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장수 증권 CEO’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이 본 ‘엘리엇 사태’
“엘리엇의 공격으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무산되면 한국이 전 세계 벌처펀드의 타깃이 될 겁니다. 이럴 경우 국내 기업들은 미래를 위해 투자하기보다는 경영권 방어에 매달릴 수밖에 없어 기업 활동이 저해되고 나아가 한국 경제 전반에 타격을 줄 것입니다.”
그는 “업계에 오래 있었고 해외 경험이 많다보니 최근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가들이 이번 건에 대해 많이 자문해 온다”며 “이번 합병은 찬성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유 사장은 국내 증권업계에서 9년째 한 회사의 사장을 맡고 있는 최장수 최고경영자(CEO)다. 1990년대엔 대우증권 런던현지법인 부사장을 맡는 등 영국 런던에서 7년 넘게 근무했다.
유 사장은 “엘리엇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세계 금융시장 안정을 해친다고 직접 비난한 적이 있을 정도로 자신의 이익 극대화를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며 “엘리엇이 주가를 끌어올린 뒤 털고 나가면 결국 삼성물산 주식을 산 애꿎은 개인만 손해를 본다”고 우려했다.
그는 “무엇보다 이런 벌처펀드에 잘못 동조해 이번 합병이 무산되면 제2, 제3의 엘리엇이 국내 기업을 공격할 것”이라며 “국내 기업들은 사내유보금을 꺼내 자사주를 매입하고 서로 우호 지분 사주기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기업 활동이 제대로 되지 않고 저성장에 직면한 한국 경제에 큰 부담이 된다는 게 유 사장의 설명이다.
유 사장은 이번 합병 과정에서 삼성물산의 가치가 저평가됐다는 엘리엇의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자산가치 대비 주가 수준이 저평가됐다는 건 일견 맞을 수 있지만 국내에서 삼성물산뿐 아니라 현대건설, 대우건설 등 건설주가 모두 저평가돼 있다”며 “시장에서 자산만이 아니라 수익성, 미래 가능성을 모두 따져 지금의 주가가 결정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엘리엇이 문제 삼고 있는 합병 비율에 대해서도 “국내법에서 합병 비율은 시가를 따르도록 돼 있는데 이를 문제 삼는 것은 엘리엇이 국내법과 시장 가치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 사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으로 시너지가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합병이 이뤄지면 삼성그룹의 건설사업이 일원화되고 삼성물산은 그룹의 신성장 동력인 바이오 회사를 자회사로 두게 된다”며 “장기적으로 합병에 찬성하는 게 주주한테 이득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삼성도 이번 건을 계기로 좀더 적극적인 주주 친화정책을 펼치고 다양한 주주들과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