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청, 전국 2000여 곳 조사
전통시장엔 손님 대신 손 소독제만 덩그러니… 손님들의 발길이 끊긴 시장에 ‘손 소독제’만 덩그러니 놓여 있다. 17일 서울 종로구 창경궁로 광장시장에서 한 상인이 마스크를 쓴 채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시장의 표정은 침울했다. 한 50대 후반 상인은 판매대에 놓인 ‘무이자 대출’ 전단을 가리키며 “메르스 터지고 나서 손님은 반으로 줄고, 전부 돈이 막히니 저런 것들만 쌓인다”면서 한숨을 쉬었다. 정부 대책에 대해서도 “긴급 금융 지원한다지만 구체적으로 누가 대상이고 어떻게 선정을 할지 당장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인근 방산시장과 시장 주변 먹자골목도 상황은 비슷했다. 금요일 저녁이면 발 디딜 틈이 없던 골목 입구 갈빗집도 지난 금요일엔 200석 중 두어 테이블을 받은 게 다였다. ‘수원아줌마분식’ 주인 이모 씨(51·여)는 “우리도 무섭지만 장사해야 하니 나오는데, 이제는 10년 넘은 단골들도 안 보인다”고 말했다.
3주째 지속되고 있는 메르스 사태가 전통시장과 골목 상권에도 직격탄이 됐다. 중소기업청은 이날 중소기업중앙회와 소상공인진흥공단과 함께 ‘메르스로 인한 중소기업·소상공인 분야 긴급 모니터링’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9일부터 13일까지 5일간 전국 2000여 개 중소기업·소상공인 및 전통시장을 대상으로 설문 및 면접을 통해 진행됐다.
응답자 중 절반 이상(50.4%)은 메르스가 지난해 세월호 사고보다도 국내 경기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라고 답했다. 조사 대상 전체에서 매출액이 평균 35.6% 감소했으며 특히 메르스 확진환자 혹은 사망자가 발생한 경기 평택(54.6%), 화성(56.1%), 전북 순창(72.8%) 등지에서 매출액 감소세가 큰 것으로 드러났다. 전반적으로 확진자가 발생한 지역(39.9%)은 발생하지 않은 지역보다 타격이 컸다.
전통시장 매출액은 전국적으로 50%에서 최대 80%까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광장시장 등 수도권 지역의 문화관광형 시장은 중국인 단체관광객 등 외국인 방문객의 발길이 끊겨 매출이 절반으로 줄었다. 9일 메르스 확진자가 발생한 충북 옥천군이 지역 내 3개 전통시장을 모두 폐쇄하는 등 임시 휴업을 결정한 곳도 있었다.
주요 관광 구역인 전북 전주 한옥마을과 경북 경주의 지역 상권 매출액도 50% 이상 감소했다. 전주 한옥마을에 있는 청춘시장 협동조합은 평일 방문객 수가 80% 감소했고, 주말에는 90%까지 감소했다고 밝혔다.
○ 중기청·지자체, 긴급 융자 지원 등 대응 방침
응답자들 대부분은 메르스 사태에 대한 정부의 역할로 ‘확산 차단에 역량 집중’(75.4%)을 꼽았다. ‘정부 차원의 국민 불안감 해소’(66.0%), ‘소비·투자 등 일상적 경제활동 재개 노력’(38.4%)이 뒤를 이었다.
중기청은 이번 조사 결과에 따라 메르스 피해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총 2450억 원 규모의 금융지원을 본격적으로 시행한다고 밝혔다. 피해 업종 중소기업에는 기업당 10억 원 이내로 250억 원 규모의 긴급 융자를 지원하고, 메르스 피해 관련 병·의원에도 200억 원 규모 융자를 한시 지원한다. 메르스 피해 소상공인에 대해서는 전국 16개 지역신용보증재단을 통해 1000억 원 규모의 특례보증을 시행한다. 또한 소상공인특별자금 1000억 원을 긴급 편성해 20개 금융기관을 통해 이날부터 지원하고 있다.
이에 앞서 서울시도 메르스로 직간접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2000억 원 규모의 긴급 자금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대상은 개업 후 6개월이 넘은 서울 소재 소기업과 소상공인으로 기업당 최대 5000만 원까지 특별보증 및 대출을 지원한다. 또한 음식점 제과점 슈퍼마켓 같은 생활형 업종에 대해서는 컨설팅 및 시설개선 자금으로 업체당 최대 100만 원, 총 4억5000만 원을 지원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