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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래머 1200명… 이젠 SW기업 변신

입력 | 2015-06-18 03:00:00

[GE의 혁신 노트/시즌2]<2>130년 장수 비결은 ‘변화’




미국 조지아 주 애틀랜타에 위치한 GE 발전사업부의 ‘모니터링 & 진단센터’. 이곳에선 GE의 산업 인터넷 기술을 이용해 세계 각지에 퍼져 있는 현장의 운영 데이터를 원격으로 관리한다. GE 제공

1896년 다우존스산업지수가 출범할 당시 포함됐던 12개 상장 기업 중 현재까지 남아 있는 기업은 제너럴일렉트릭(GE)이 유일하다. GE는 약 13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대표적 장수(長壽) 기업이다.

하지만 속살을 들여다보면 그냥 ‘오래 살아남은’ 기업이라고 볼 수만은 없다. 기업 이름을 제외한 사업 내용과 기업 문화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GE는 이러한 변화를 장수의 비결이라고 자평한다.

토머스 에디슨이 설립한 조명 회사에서 출발한 GE는 지난해 100년간 영위해 왔던 가전 사업을 스웨덴 일렉트로룩스사(社)에 매각했다. 한때 총매출의 절반을 차지했던 금융 사업도 대폭 줄여 나가는 중이다. 매각하거나 정리한 사업들 대신 GE에서 자리 잡아 가고 있는 사업 분야는 소프트웨어 기반의 서비스인 ‘산업 인터넷’이다.

○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변신한 GE

미국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GE의 ‘소프트웨어 센터’에는 1200여 명의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근무하고 있다. 10여 년 전만 해도 제조업 중심 기업이던 이 회사에서는 볼 수 없던 광경이다.

이들은 GE의 미래 중점 사업인 산업 인터넷의 각종 프로그램을 만드는 핵심 인력이다. 산업 인터넷이란 산업용 기계에 센서를 부착하고, 모든 제품의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분석해 필요한 정보를 만들어 내는 기술이다. 이를 통해 설비 운영의 효율을 높일 수 있다.

GE는 항공과 철도, 발전, 헬스케어 등 6개 산업에서 효율성이 1% 높아지면 향후 15년간 총 2760억 달러의 비용을 절감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효과가 산업계에 알려지면서 지난해 산업 인터넷으로만 1조 원의 매출을 올렸다.

GE가 보급한 산업 인터넷은 연간 20조 원 규모의 비용 절감 효과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제프리 이멜트 GE 회장은 “산업 인터넷은 GE와 고객 모두에게 윈윈(win-win)인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 일하는 방식, 기업 문화도 변했다

GE의 변화는 사업 내용뿐만이 아니다. ‘일하는 방식’도 함께 변화하고 있다. 비대한 대기업에서 흔히 나타날 수 있는 관료주의를 없애고 사내 커뮤니티의 집단 지성을 활용하는 ‘크라우드 소싱’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전사적인 기술 공유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항공, 철도, 발전, 석유 및 가스, 조명, 헬스케어 등 첨단 인프라 사업을 운영하는 GE는 전사적 기술 공유를 통해 다양한 고객을 지원하고 있다. 고객은 마치 마트에서 쇼핑하듯 다양한 기술을 쉽게 골라 담을 수 있기 때문에 ‘GE 스토어’라고 불린다.

또 다른 변화는 기업 문화다. 의사결정이 오래 걸리는 대기업의 복잡성을 극복하기 위해 벤처 기업의 방식을 따른 ‘패스트워크스(Fastworks)’ 시스템을 도입했다. 스타트업 바이블로 꼽히는 ‘린 스타트업’의 저자 에릭 리스의 컨설팅으로 개발된 패스트워크스는 작은 단위의 업무 진행과 프로토타입(시제품)부터 공개해 피드백을 받아 반영하는 등 그동안 대기업 제조사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내고 있다.

지난해 GE가 패스트워크스를 통해 개발한 대용량 가스터빈(7HA)은 개발 기간을 기존에 비해 2년 줄였다. 스티브 볼츠 GE 파워&워터 총괄사장은 “7HA클래스 가스터빈은 프로토타입부터 시장 테스트를 거치며 고객의 의견을 반영해 개발 기간을 줄이고 품질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한국 GS파워의 안양 열병합발전소에도 이 제품이 도입돼 2018년부터 가동될 예정이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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