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BI, 트레이드 정보유출 수사 애스트로스 내부통신망 비밀정보… 카디널스 직원이 해킹 밝혀내 고위층 연루 드러나면 파문 커질듯
146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 사상 초유의 경쟁 구단 해킹 사건이 발생했다. 알렉스 로드리게스, 라이언 브런 등 MLB를 대표하는 스타 선수들의 약물 복용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해킹까지 발생함에 따라 MLB 전체에 대대적인 개혁 바람이 불 가능성이 높다고 미 언론은 분석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가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내부 통신망 ‘그라운드 컨트롤’을 해킹한 혐의로 미 연방수사국(FBI)과 법무부의 수사를 받고 있다고 16일 보도했다. 통신망 안에는 애스트로스 선수들의 신상, 성적에 관한 각종 통계, 타 구단과의 트레이드 논의 자료, 야구단 운영 전략 등에 관한 광범위한 정보가 담겨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의 발단은 지난해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애스트로스는 6개월간 다른 22개 구단과 비밀리에 트레이드를 논의한 문건이 외부로 유출되는 바람에 큰 홍역을 치렀다. 자체 조사를 벌였지만 유출자 및 경로를 밝히지 못한 애스트로스는 FBI에 수사를 의뢰했다. 약 1년간 수사를 진행한 FBI는 카디널스의 한 직원이 살고 있는 집 컴퓨터가 이번 해킹에 이용된 것을 밝혀냈다.
그런데도 카디널스가 애스트로스를 해킹한 건 카디널스에서 애스트로스로 이직한 제프 러노 애스트로스 단장(49) 때문이라고 NYT는 전했다. 그는 펜실베이니아대에서 경제학 학사, 노스웨스턴대에서 경영학 석사를 취득한 엘리트로 2003년부터 8년간 카디널스의 스카우트 및 육성 책임자로 일하며 탁월한 성적을 일궈냈다. 그는 ‘레드버드’라는 내부 정보망도 만들어 야구단 운영 정보를 체계적이고 빈틈없이 관리했다. 이런 러노를 눈여겨본 애스트로스 구단은 2011년 12월 그를 단장으로 스카우트했다.
문제는 이때부터 발생했다. 그는 이직 과정에서 몇몇 카디널스 구단 관계자 및 코치들을 데려갔고 ‘레드버드’와 비슷한 내부 정보망 ‘그라운드 컨트롤’까지 만들었다. 휴스턴은 2013년부터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에 속해 있으나 러노의 이적 당시에는 세인트루이스와 같은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소속팀이었다. 1년에 162경기를 하는 MLB 구단은 이 중 절반에 약간 못 미치는 76경기를 같은 지구의 다른 4개 구단과 겨루기 때문에 카디널스 내부에는 러노가 자신들의 시스템 및 핵심 인재를 도용했다며 비판하는 사람이 많았다.
FBI는 이때부터 러노에게 앙심을 품은 몇몇 카디널스 직원들이 이번 해킹을 주도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현재 카디널스 구단 측은 직원 개인의 부정행위로 치부하고 있으나 단장 등 고위층의 연루 사실까지 드러나면 대대적인 형사처벌, 천문학적 손해배상금 납부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해 MLB 운영을 관장하는 롭 만프레드 커미셔너는 “조사에 최대한 협조하고 있으며 구체적인 사실이 드러난 후 처벌 수위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