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수정헌법 1조의 자유주의 정신은 ‘내가 싫어하는 다른 의견을 법의 이름으로 억압하지 말자’는 것이 요체다. 조롱하고 비웃고 희화화할 수 있는 권리는 표현의 자유를 이루는 중요한 요소다. 그러나 미국 영국을 비롯한 서구 사회에선 인종과 종교에 대한 혐오 발언을 처벌하는 법제를 마련하고 있다. 서구에서도 법이 혐오 발언을 규제하는 것을 주저해선 안 된다는 의견과 혐오 발언을 할 자유도 있어야 하며 법이 아닌 여론의 심판으로 제재하면 된다는 주장이 맞선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종북’ ‘수꼴’ ‘홍어’ ‘과메기’ 등 이념 및 지역 차별 혐오 발언을 제재하는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국회에서 열린 ‘혐오 발언 제재를 위한 입법 토론회’에선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으로 찬반(贊反)이 엇갈렸다. 강기정 새정치연합 정책위의장은 “진보 보수 양쪽의 막말을 추방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지만 “지역감정이나 종북몰이를 이용해 선거를 치르려고 해선 안 된다”는 말에서 내년 4월 총선을 의식한 속셈이 읽힌다.
최영훈 논설위원 tao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