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어디까지] 메르스 대응 현장, 숨은 전사들 “샘플 하루60개 분석… 끝까지 싸울 것” 서울시 검체분석관 이재인 박사
《 지난달 20일 첫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환자가 발생한 후 한 달이 되어 간다. 환자 수가 계속 늘고 있어 아직 메르스 퇴치를 선언할 단계는 아니지만 최근 그 증가폭이 줄면서 메르스를 물리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이에 최전선에서 메르스와 싸우고 있는 의료진과 보건당국 관계자들에 대한 성원과 격려가 필요한 시점이다. 보건당국 관계자는 “이들 중엔 역학조사, 검체 분석, 공공장소 소독 등 숨은 곳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피로와 긴장의 연속이지만 이들의 사투가 있기에 메르스가 더이상 확산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
사실 실험실에 한번 들어가면 밖으로 나올 수 없다. 방역복을 입고 마스크 장갑 고글 덧신을 착용한 채 하루 종일 있어야 하는 것도 곤혹스럽다. 그는 “땀범벅이 돼 속옷까지 축축하게 젖는 일이 이제 일상”이라며 “음압이 걸려 있는 실험실에 오래 있다 보면 겪게 되는, 머릿속을 콕콕 찌르는 편두통도 이제는 익숙하다”고 말했다.
철저하게 외부와 차단된 생활을 하다 보니 화장실도 마음대로 가지 못한다. 식사도 따로 정해진 시간이 없다. 실험실에서 잠깐 나올 때에 배달된 자장면이나 라면 김밥처럼 간단한 음식으로 때우기 일쑤다. 동료들이 ‘힘내라’는 응원 메시지와 함께 실험실 밖에 두고 간 음식이 큰 힘이 된다.
이 박사는 “남들은 끝이 안 보이는 전쟁이라고 하는데 우린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잠이 부족하고 몸은 힘들지만 메르스가 종식됐다고 할 때까지 실험실에서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조영달 기자 dalsar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