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어디까지] 보호장구 담당 안수경 간호사
전쟁에서 ‘보급’을 담당하는 군인은 최전선에서 총을 쏘는 사람만큼 중요하다. 필요한 물자를 제때 확보해 장기전이 가능하도록 지원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녀의 주 업무는 메르스 환자 치료에 필요한 각종 의료장비를 확보하는 것. 주삿바늘, 산소마스크뿐 아니라 의료진 감염 방지를 위한 보호장구를 전달하는 게 그녀의 일이다. 확진환자가 100명을 넘어서고, 음압병동 내 치료·격리가 필요한 환자들이 많아지면서 방역복을 확보하는 데에도 비상이 걸렸다. 의료계에선 ‘보호장구 없어서 환자를 못 돌보게 되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불안감만큼 그녀를 옥죄는 것은 ‘편견’이다. 새벽에 출근하느라 택시를 타면 “국립중앙의료원이라고요? 근처에서 내릴 거죠?”라고 묻는 기사가 90%다. 최근 안 씨는 메르스 감염자에게 심폐소생술(CPR)을 하다가 감염된 간호사의 이야기를 듣고 마음을 굳게 먹었다. 감염의 두려움, 사회적 편견에 맞서 환자를 돌보는 의료인이 모두 ‘전우(戰友)’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최전선에서 나의 동료들이 사투를 벌이고 있다. 그들의 용기를 닮자’고 나 스스로에게 말한다”고 했다.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