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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처 만들고도 위기에 허둥지둥… 점수 매기면 50점 이하”

입력 | 2015-06-18 03:00:00

[메르스 한달… 朴정부 리더십 평가]
전문가 10명에게 들어보니




지난달 20일 메르스 확진환자가 발생한 뒤 ‘메르스 사태’가 한 달 가까이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확진환자 수는 줄고 있지만 사망자가 늘고 곳곳에서 ‘돌출 환자’가 나오면서 ‘메르스 공포감’은 여전하다. 초기 대응에 실패한 데 이어 정부의 각종 낙관적 전망이 빗나가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위기대응 리더십도 다시 도마에 올랐다. 동아일보는 정치 분야 전문가 10명에게 ‘메르스 사태’에서 보여준 박 대통령의 리더십을 평가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 결과 100점 만점에 중간 점수 이하였다.

○ “대통령, 제대로 보고받고 있나”

초기 대응에 실패한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의 진단은 비슷했다. 최초 보고 단계부터 사태 파악, 위기 대응까지 제대로 된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다. 조진만 덕성여대 교수는 “메르스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인재(人災)”라고 평가했다.

이동관 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 총장은 “대통령이 과연 참모들에게 제대로 보고를 받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메르스 확진환자가 나온 지 6일이 지나 박 대통령에게 처음 대면보고를 한 점을 꼬집은 것이다. 청와대와 정부의 소통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박근혜 정부는 ‘정부 3.0’ 시대를 열겠다고 했다”며 “그 핵심은 정보 공유인데 이번에도 부처끼리 따로 움직이면서 협업체제를 만들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윤평중 한신대 교수는 “얼마 전 대통령이 동대문 상점가에서 시민들의 환영을 받았다는 청와대의 발표를 보고 국민 정서와 얼마나 괴리돼 있는지 느꼈다”며 “청와대의 의사소통 구조에 문제가 있다는 극명한 사례”라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 방식에서 근본 원인을 찾는 전문가도 많았다. 박원호 서울대 교수는 “(참모들이) 대통령의 눈치만 보니 위기 상황에서도 각 부처가 주도권을 쥐고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명호 동국대 교수도 “현 정부나 이전 정부나 관료조직은 다르지 않다”며 “박 대통령이 분야별로 책임의식을 갖게 만들지 못한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 “시대착오적 비밀주의부터 바로잡아야”

전문가들은 국정 운영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윤종빈 명지대 교수는 “(지난해 세월호 참사 이후) 국민안전처를 신설했지만 위기 대응 방식은 달라진 게 없다”고 말했다. “조직을 새로 만드는 것만 되풀이하다 보니 행정의 연속성만 잃었다”(박원호 교수)는 지적도 나왔다.

김용철 부산대 교수는 “최고 지도자인 대통령이 모든 사안의 리더가 될 수 없다”며 “각 사안별로 최고 전문가가 현장을 지휘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형준 교수도 “근본적으로 대통령이 권한과 책임을 위임하지 않으면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유능한 인재를 발탁해 권한을 나누는 ‘분권형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강원택 서울대 교수는 “얼마 전 대통령이 ‘일상으로 돌아가라’고 얘기하는 것을 듣고 의아했다”며 “국민이 느끼는 두려움이나 불안감을 대통령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현우 서강대 교수도 “리더는 ‘우리’가 함께 이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만들어야 하는데 (대통령이) 여전히 ‘우리’라는 공동체 의식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윤평중 교수는 “시대착오적 비밀주의가 가장 큰 문제”라며 “비밀주의로 (메르스가 확산돼) 천문학적인 비용이 드는 역기능만 불러왔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egija@donga.com·한상준·홍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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