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노 ‘최재성 사무총장’ 비토… 최고위원회의서 논의도 못해
일각 “혁신 제대로 할수 있겠나”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17일 사무총장 인선을 보류했다. 당 사무총장은 공천 등 선거 실무를 총괄하는 핵심 당직이다. 이 자리에 범친노(친노무현)로 분류되는 최재성 의원을 앉히려고 하자 공천 물갈이를 우려하는 비노(비노무현) 진영이 거세게 반발한 것이다. 당내 계파 갈등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면서 문 대표의 리더십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아예 인선안을 거론하지도 못했다. 이용득 최고위원이 ‘최재성 카드’에 반발해 회의에 불참하는 등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기 때문이다.
한 비노계 의원은 “지난달 원내대표 선거에서 친노 독식을 막기 위해 이 원내대표를 뽑은 것”이라며 “그런데 문 대표가 이 원내대표와 경쟁한 최 의원을 다시 사무총장으로 임명한다면 내년 총선 공천권을 가지려는 친노의 뻔한 속셈이 드러나는 셈”이라고 비난했다.
당 혁신위원회가 10일 구성됐음에도 후속 당직 인선이 일주일 넘게 표류하자 문 대표의 리더십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혁신위원회의 혁신안이 나온다고 해도 지도부 차원에서 제대로 추인받을 수 있겠느냐는 이유에서다.
당 정책위원회가 이날 개최한 ‘혐오 발언 제재를 위한 입법 토론회’도 논란이 됐다. 겉으로는 종교, 특정 지역 출신이라는 이유 등으로 상대방을 모욕하는 발언을 규제한다고 했지만 종북 등 진보 진영 비판을 무력화하려는 꼼수 아니냐는 이유에서다. 한 비노 인사는 “막말 파문은 대부분 친노 진영에서 일으켰는데 과연 혐오 발언 제재 법안을 추진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최근 김경협 의원 등 친노 인사들의 막말에 쏠린 비판적 시선을 여권으로 돌리려는 꼼수”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최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용득 최고위원이 ‘명칭은 혁신위로 하더라도 실질적인 내용은 친노 패권 해소위원회가 되도록 하자’고 제안했다”며 “대다수 최고위원이 이에 찬성했고 문 대표는 특별한 언급이 없었다”고 말했다.
배혜림 기자 be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