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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재 기자의 히트&런]넥센 ‘떡잎’들은 빨리 자란다

입력 | 2015-06-18 03:00:00

강정호 공백 메운 스무살 김하성, 16일 선발승 고졸 새내기 김택형
신인 포함 2군 선수들 3단계 구분… 능력별 관리-훈련으로 잠재력 꽃피워




넥센 김하성

이달 말에 시작되는 2016년도 프로야구 신인 지명을 앞두고 각 구단 스카우트들은 고민이 많다. 팬들의 눈높이는 류현진(LA 다저스)이나 김태균(한화)에게 맞춰져 있는데 데뷔 1, 2년 차부터 잘하는 선수들은 좀처럼 나오기 힘들기 때문이다.

스카우트들은 “요즘은 고졸 신인이 입단해 1군 주전으로 성장하려면 5년은 잡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2군 3년과 군대 2년을 합해서 5년이다. 덩치는 커졌지만 체력과 기본기가 떨어지는 선수가 많기 때문이다. 기존 선수들의 기량이 크게 향상된 것도 또 다른 이유다. 그러다 보니 데뷔 첫해부터 리그를 깜짝 놀라게 하는 ‘특급 신인’은 사라진 지 오래다.

그런데 예외적인 팀이 하나 있다. 서울 목동구장을 안방으로 쓰는 넥센이다. 최근 넥센에서는 고졸 1, 2년 차 주전 선수들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선발 투수 한현희(22), 필승조의 핵심 조상우(21) 등이 대표적이다.

올해 최고 히트 상품은 고졸 2년 차 유격수 김하성(20)이다. 야탑고를 졸업하고 지난해 2차 3순위로 넥센에 입단한 김하성은 올해 메이저리그 피츠버그로 이적한 강정호의 빈자리를 말끔하게 메우고 있다. 16일 현재 성적은 타율 0.302에 12홈런, 44타점, 11도루다. 공격과 수비, 주루 등 무엇 하나 못하는 게 없다. 지금 추세라면 20홈런-20도루도 바라볼 만하다. 16일 롯데와의 경기에서는 고졸 왼손 신인 투수 김택형(19)이 5이닝 1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됐다.

넥센에는 특별한 비법이 있는 걸까.

염경엽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2012년 10월 이후 넥센은 매년 1월 구단 프런트와 코칭스태프, 스카우트, 운영팀, 홍보팀이 모두 모여 1박 2일 세미나를 연다. 일명 ‘선수 구분 세미나’로 이름 붙일 수 있는 이 행사에서는 허심탄회한 토론을 통해 신인을 포함한 2군 선수들을 세 부류로 나눈다.

1군 육성선수는 1, 2년 안에 1군에 올라올 선수, 미래 육성선수는 2∼3년을 지켜봐야 할 선수, 운영선수는 2군을 꾸려가는 선수다. 2014년 입단한 김하성은 그해의 1군 육성선수로 뽑혔다. 어쩌면 ‘주전 유격수’ 김하성의 운명은 그때 이미 결정됐는지도 모른다.

1군 육성선수가 되면 1군이 아니더라도 1군 대접을 받는다. 염 감독이 직접 훈련 계획을 짜고, 훈련 진행 상태를 점검한다. 김하성의 경우엔 기본기 강화와 체중 불리기가 과제였다. 김하성은 1군 엔트리에 빠져 있을 때도 1군과 동행했고, 1군에 올라올 때는 틈날 때마다 출전 기회를 받았다. 염 감독은 “강정호의 60%만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김하성을 발탁했다. 그런데 자신감을 얻고 경기에 나가다 보니 어느덧 강정호의 80%를 하고 있다. 성장 속도가 놀라울 정도”라고 했다.

김택형 역시 지난해 대만 마무리캠프 때 염 감독이 직접 1군 육성선수로 뽑았다. 겨우내 투구 폼 교정에 매달린 끝에 고졸 신인 선발승이라는 성과를 내놨다.

염 감독은 “될성부른 떡잎들은 1군을 경험하는 것 자체로 많은 걸 배운다. 좋은 선수를 선택한 뒤 처음부터 끝까지 관리해줘야 선수를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김하성은 “아직 좋은 선수라고 할 순 없지만 이렇게 야구 할 수 있는 건 모두 구단과 감독님 덕분이다. 기대를 받는 만큼 열심히 하는 건 당연하다”고 화답했다.

다른 구단의 한 스카우트는 김하성의 성장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어찌 보면 팀과의 궁합이다. 모든 지도자는 선수들이 잠재력을 터뜨릴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 염 감독은 김하성에게 큰 동기부여를 했고, 김하성은 자신감을 얻었다. 만약 김하성이 다른 구단에 입단해 보통 선수들처럼 키워졌다면 그는 지금도 그냥 2군 선수로 머물러 있을 것이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