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피루스는 열대기후 지역에 사는 수생식물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실내에서 키우는 식물로도 적합하다. 오경아 씨 제공
오경아 오경아디자인연구소 대표
우리 시골집 마당에서 익숙하게 보는 맨드라미는 인도 인근이 자생지고, ‘사루비아’라고도 부르는 샐비어는 브라질의 아마존, 그 외에도 우리가 곡물로 키우는 고구마와 감자는 남아메리카 안데스 산맥이 고향이다. 비록 외래종이기는 하지만 우리 땅에서 우리와 함께하며 이제는 없어서는 안 될 식물이 돼 버렸다. 그 때문에 우리가 식물을 단순히 토종이다, 외래종이다 하는 기준만으로 배타적인 구별을 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이런 식물 가운데 낯설지만 매우 익숙하고, 없었다면 우리의 문명이 지금처럼 발달했을까 싶은 고마운 식물이 있다. 바로 종이의 재료가 되었던 파피루스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도 파피루스를 거론하면 누구나 ‘아! 그 식물’이라고 하면서도 막상 어떻게 생겼는지 구체적으로 식물을 떠올리지 못할 수도 있다. 그 이유는 이 식물의 자생지가 멀고 먼 북아프리카이고, 열대기후 지역에서 자생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자연환경에서는 겨울철 추위를 이겨 낼 수 없어 키우기 어렵다. 파피루스의 공식 학명은 ‘시페루스 파피루스(Cyperus papyrus)’. 벼와 비슷하게 뿌리를 가볍게 물속에 담그고 나머지 잎과 줄기를 물 위로 내밀어 크는 수생식물이다. 영어권에서 종이를 뜻하는 ‘paper’는 이 파피루스가 변형된 말이다. 고대 이집트와 그리스인들이 사용했던 종이가 이 식물이다.
식물이 우리에게 뭔가를 베풀기 위해 자라나는 것은 분명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주변에서 자라는 식물을 이용해 살아갈 방법을 찾아 왔다. 파피루스는 종이 외에도 마치 우리의 벼처럼 줄기의 겉껍질은 말려서 바구니를 만들고, 엮어서 물에 띄우는 보트를 제작하고, 집의 지붕을 이는 등 이집트인들에게는 삶과 직결되는 소중한 식물이었다. 그래서 이집트인들은 아직도 이 파피루스를 신성한 식물로 여기며 사랑한다.
우리 쪽에서 보면 파피루스는 이제 종이를 만드는 재료도 아니고 큰 의미가 없을 수도 있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다른 의미로 요즘 파피루스가 부각되고 있는데 물을 정화하는 능력과 사막형 기후 지역의 땅을 메마르지 않게 유지해 주는 환경 식물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또 향수의 원료가 되고 더불어 열대식물의 특징을 이용해 집안에서 키울 수 있는 실내 식물로도 많이 추천된다.
실내에서 파피루스를 키우는 방법은 매우 쉽다. 물을 담을 수 있는 용기를 준비하고 여기에 파피루스 식물의 뿌리 부분이 담기도록 화분 채로 넣어 둔다. 화분에서 빼내지 않는 이유는 나중에 파피루스를 옮겨야 할 때 쉽게 하기 위해서고 또 물 전체를 흙으로 오염시키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단 집안에서 파피루스를 키울 때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파피루스는 자생지가 북아프리카의 땡볕이 드는 환경이라는 점을 고려해 햇볕이 집안에서 가장 많이 드는 장소에 놓아 주는 것이 좋다. 위치로 보자면 거실의 큰 창문 앞이 가장 적합하다. 물론 실내가 아닌 베란다에서도 파피루스를 키울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중부지방에서는 베란다의 온도도 겨울철이면 영하로 내려갈 수 있으니 겨울에는 집안으로 다시 들여놓는 것이 좋다.
오경아 오경아디자인연구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