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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광장/손성원]장기적 성장률은 어떻게 높일 수 있나

입력 | 2015-06-18 03:00:00

한국경제 지속적 성장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 산적
OECD 최하위 수준인 여성 경제활동 참가 늘리고
일자리 수급 불일치 해소 시급
대기업 위주 경제시스템 개선… 성장과 분배 섬세한 균형도 필요




손성원 객원논설위원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채널아일랜드 석좌교수

개발도상국에 한국은 많은 것을 가르쳐주는 모델이다. 미국에도 한국은 가르쳐줄 게 많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한국 경제성장의 원천으로 교육열을 꼽는다. 그렇다고 해서 한국 경제의 밝은 미래를 장담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반드시 해결해야 할 몇 가지 과제가 있다. 무엇보다도 노동력, 교육, 재벌, 중소기업, 그리고 소득불균형 등을 해결해야 한다.

한국의 근로자들은 근면하기로 정평이 나 있다. 한국 근로자들의 주당 근로시간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상위권이다. 역사적으로 한국 경제성장의 주요한 원천은 계속 늘어나는 근로시간이었다. 하지만 주당 근로시간은 무한정 늘어날 수는 없다. 사실 한국의 근로자들, 특히 젊은층이 돈보다 여가를 중시하면서 한국의 근로시간은 이미 줄어들기 시작했다. 게다가 더 많이 일할수록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떨어지게 마련이다.

지금 상황에서 한국이 총 근로시간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은 여성들의 경제활동참가율을 높이는 것이다. 한국은 선진국 가운데 여성의 노동참여율이 낮은 나라 중 하나다. 남성보다 교육 수준이 높은 여성들도 많은데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낮은 이유는 여성이 육아와 자녀교육, 특히 방과후 교육의 책임을 대부분 떠맡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가정은 자녀의 학교교육보다 방과후 교육에 더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입한다.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교육 시스템을 바꿔 여성들이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어야 한다. 미국과 유럽의 여성 노동참여율이 높은 이유는 자녀교육에 투입하는 시간이 적기 때문이다.

대학교육과 노동시장의 미스매치(불일치)도 문제다. 한 시중은행의 신입 직원 채용 때 석·박사 학위 소지자를 포함해 1만 명이 넘는 대졸자가 몰려들었다. 이런 불일치가 단지 대학들만의 잘못은 아니다. 문화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화이트칼라 분야에서는 일자리가 턱없이 부족한데 블루칼라 분야에서는 일할 사람을 찾지 못해 난리다. 사무실 근무를 선호하는 문화적 편견을 단기간에 바꾸기는 불가능하다. 아마도 화이트칼라와 블루칼라 일자리의 연봉 차이를 줄이지 않으면 이런 일자리 수급의 불일치를 해결할 수 없을 것이다.

그동안 한국의 재벌은 경제 기적의 원동력이었다. 한국의 대기업들은 노동인구의 4분의 1을 고용하고 있지만 생산은 절반을 차지하는 데 그친다. 대기업들은 최고의 인재들을 뽑아간다. 중소기업들은 자연스럽게 불이익을 받는다. 한국은 중소기업의 성장을 독려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경우 일자리 창출의 4분의 3이 중소기업으로부터 나온다. 새롭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는 대부분 중소기업에서 비롯된다. 대졸자들이 대기업의 울타리 속에서 안주하려 한다면 한국의 미래 성장잠재력은 손상될 수밖에 없다. 한국은 창의력, 혁신, 개성을 중시하는 기업가정신을 고취해야 한다. 미래의 경제성장에 동력을 제공할 실리콘밸리가 필요하다.

재벌이 지배하는 경제는 한국 경제의 미래에 리스크 요인이 된다. 재벌 오너가의 신세대 경영인들이 선대 경영인만큼 뛰어난 기업경영 능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인가? 전임자들 같은 비전과 추진력을 갖추고 있을 것인가?

또 다른 핵심 과제는 형평성과 관련된다. 경제성장이 중요하지만 공평한 소득분배 역시 이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한국 경제가 풍요해질수록 소득불평등을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악화했다. 빈부격차가 더욱 벌어진다는 뜻이다. 통상 정부가 소득 격차를 줄이기 위해 개입하지만 그리 성공적이지 않다. 더욱 걱정스러운 점은 65세 이상 노년층 빈곤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OECD 국가 중에서 한국은 복지 지출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작다. 한국의 세(稅) 부담도 낮은 편이다. 한국 정부는 불평등과 빈곤, 특히 노인빈곤을 줄이기 위해 세금을 올려야 할 것인가? 한국이 복지 지출을 늘릴 여력이 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이 같은 정책은 경제성장을 둔화시킬 것이고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복지 지출 규모는 계속 늘어갈 것이다. 성장과 분배 간에는 섬세한 균형이 필요하다. 동시에 한국을 비롯한 모든 사회는 소득과 성장의 적절한 균형을 찾으려 노력해야 한다.

단기적인 경제 문제와 씨름하다 보면 장기적인 과제에 상대적으로 소홀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단기와 장기 과제는 상호 배타적인 것이 아니라 동시에 대처해야 한다.

손성원 객원논설위원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채널아일랜드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