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자축구대표팀 선수들이 18일(한국시간) 오타와 랜즈다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캐나다여자월드컵 조별리그 E조 3차전 후반 추가시간에 스페인 공격수 소냐 베르뮤데스의 프리킥이 불발되면서 종료 휘슬이 울리자 다 함께 환호하고 있다. 한국여자축구의 사상 첫 월드컵 16강행이 확정되는 순간이었다.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2010년 U-17 월드컵 우승·U-20 3위 등
유망주 집중 육성이 꾸준한 성적 밑거름
남자축구와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성장
한국여자축구가 2015캐나다여자월드컵에서 새 역사를 이뤄냈다. 여자축구대표팀은 18일(한국시간) 오타와 랜즈다운 스타디움에서 열린 스페인과의 조별리그 E조 3차전에서 2-1로 역전승했다. 한국여자축구가 월드컵 본선에서 거둔 첫 번째 승리였다. 조별리그를 1승1무1패로 마친 한국은 브라질에 이어 조 2위로 사상 처음으로 16강 무대를 밟게 됐다. 월드컵 본선 2번째 도전 만에 첫 승점, 첫 승리, 첫 16강 진출 등 3가지 목표를 모두 달성했다. 월드컵 본선 6번째 무대였던 2002한일월드컵에서 첫 승리, 첫 16강(최종 4강) 진출을 일군 남자축구와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성장세다. 한국여자축구는 또 국제축구연맹(FIFA)이 주관하는 각급 대회에서 6차례 연속 조별리그를 통과하는 값진 결과물도 동시에 얻었다.
● 고속성장 이룬 여자축구
한국여자축구는 단기간에 급속도로 성장해 엄청난 성과를 이뤘다. 여자축구의 본격적 출발은 1990년이었다. 이전에도 여러 형태의 여자축구팀이 존재했지만, 정식 대표팀이 발족한 것은 1990년이다. 당시는 대학이 여자축구의 중심이었다. 이후 여자축구가 활성화되면서 실업팀이 탄생했고, 초중고 팀도 늘어났다. 25년이 흐른 2015년 여자축구는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16강 진출이라는 값진 성과를 냈다. 등록선수와 팀 수가 유럽국가들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지만, 엘리트 중심의 선수 육성을 통해 빠르게 성장했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중국, 북한, 일본 등 여자축구에서 강세를 보인 같은 아시아국가들 사이에서도 힘겨운 시간을 보냈지만 유망주들을 집중 육성해 2010년 17세 이하(U-17) 월드컵 우승, U-20 월드컵 3위의 성적을 내며 꾸준하게 성장했다. 이 선수들이 성인대표팀에 본격적으로 가세하면서 한국은 세계무대에서도 당당히 겨룰 수 있는 팀이 됐다. 남자축구와의 객관적 비교는 무리지만, 결과만 놓고 보면 여자축구의 성장속도가 훨씬 빨랐다.
● 잠재력 폭발시킨 태극낭자들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조별리그 1승의 제물로 코스타리카를 지목했다. 그러나 코스타리카와의 2차전에서 2-1로 앞서다 동점골을 허용해 승점 1을 얻는 데 그쳤다. 스페인과의 3차전에서 반드시 이겨야만 16강전에 오를 수 있어 부담이 가중됐다. 코스타리카전에서 다 잡았던 승리를 놓친 터라 팀 분위기는 침체됐다. 스페인전 전반 29분 선제골을 허용해 심리적으로 무너질 수도 있었다. 그러나 태극낭자들은 어려운 상황에서 더 힘을 냈다. 후반에만 2골을 몰아치며 경기를 뒤집었다. 상대의 슛이 크로스바를 맞고 뒤로 흐르는 행운도 따랐지만, 월드컵 첫 승리와 첫 16강 진출을 위해 가진 힘을 모두 쏟았다. 체력적으로 힘든 상황에서 정신력을 앞세워 상대보다 한 발 더 뛰었다. 대회를 준비하면서 목표를 16강 이상으로 정했지만,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았다. 조별리그에서 만날 상대도 만만치 않았고, 월드컵 본선을 경험해본 선수도 적었다. 그러나 태극낭자들은 잠재력을 폭발시키며 모두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