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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트랙] 2002년 월드컵때처럼…드라마 같은 스페인전 승리

입력 | 2015-06-19 05:45:00


18일(한국시간) 스페인전 종료 직전, 한국여자축구대표팀은 페널티박스 정면 아크 오른쪽에서 상대에게 프리킥을 내주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았다. 키커는 소냐 베르뮤데스. 그녀의 발끝을 떠난 볼은 크로스바를 직접 때리고 뒤로 흘렀고, 곧바로 종료 휘슬이 울렸다. 태극낭자들은 일제히 환호했고, 스페인 선수들은 고개를 숙였다. 만약 골로 연결돼 무승부로 끝났더라면 한국여자축구의 사상 첫 월드컵 16강 진출은 물거품이 될 뻔했다. 그만큼 스페인전 승리는 극적이었다.

한국축구사에서 스페인을 상대로 드라마 같은 승리를 거둔 예가 또 있다. 2002년 6월 22일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일월드컵 8강전이었다. 16강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이탈리아에 짜릿한 2-1 역전승을 거두고 기적의 역사를 쓴 한국은 8강전에서 스페인과 마주쳤다. 연장전까지 이어진 120분간의 혈투는 0-0 무승부. 결국 승부차기로 양 팀의 운명이 갈렸다.

황선홍이 첫 키커로 나선 한국은 박지성∼설기현∼안정환 등 4번째 키커까지 모두 침착하게 성공시켰다. 한국 수문장은 이운재는 4-3으로 앞선 상황에서 맞은 스페인 4번째 키커 호아킨 산체스의 슛을 몸을 날리며 막아냈다. ‘미리 예측하지 않고, 공을 차는 것을 끝까지 보고 그쪽으로 뛰자’던 그의 전략이 기분 좋게 맞아떨어졌다.

한국의 마지막 키커는 홍명보. 당시 주장을 맡은 그는 온 국민이 숨죽이던 그 순간, 오른발로 정확하게 골 망을 흔들었다. 승부차기 최종 스코어 5-3, 한국의 승리였다. 평소 무표정하던 그가 양팔을 번쩍 치켜들고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포효한 세리머니는 한국축구사에 두고두고 명장면으로 남아있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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