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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바보 태지兄, 석달전 고기 먹은 뒤로 통 못봤어요”

입력 | 2015-06-19 03:00:00

20일 드럼 페스티벌 ‘두드리GO 2015’ 참가 서태지밴드 최현진




서태지 밴드 드러머 최현진. 최근 야마하 본사 공식 후원 아티스트로 선정된 그는 서태지, 바세린의 노래로 전국을 돌 예정이다. 곰엔터테인먼트 제공

두꺼운 뿔테 안경, 짧은 머리와 콧수염. 서태지 팬들은 그를 ‘원장님’이라 부른다. 어쩐지 미용실 원장님 같은 외모여서.

하지만 그가 잘하는 건 머리칼 대신 칼처럼 박자 자르기다. 격렬한 ‘울트라매니아’부터 서정적인 ‘소격동’까지, 서태지 음악의 심장박동을 책임지는 서태지밴드의 드러머 최현진(34).

그는 야마하뮤직코리아(kr.yamaha.com)가 20일 오후 서울 예스24 무브홀에서 여는 드럼 페스티벌 ‘두드리고(GO) 2015’에 참여해 ‘헤피 엔드(Heffy End)’ ‘F.M 비즈니스’(이상 2004년), ‘인터넷 전쟁’(2000년)을 연주한다. 서태지의 노래가 드럼 연주만으로 무대에 오르는 것이 이채롭다. 18일 서울 합정동에서 만난 최현진은 “드럼 연주자에게 도움 될 이야기도 들려줄 것”이라고 했다.

최현진은 2000년부터 인디 밴드 ‘바세린’에서 활동했다. 강력한 메탈 드럼을 연주하던 그는 서태지밴드 기타리스트 탑의 제안으로 드러머 오디션을 봤다. 첨엔 서태지컴퍼니 직원들이 그의 연습실로 카메라를 들고 왔다. ‘인터넷 전쟁’ ‘슬픈 아픔’ ‘헤피 엔드’ 연주 장면을 녹화해 갔다. 며칠 뒤 연락이 왔다. “…직접 보고 싶어 하신다.” 서울 논현동 서태지컴퍼니 스튜디오로 향했다. 2008년 초여름 일이다.

“처음 만난 태지 형. 2m 앞에 앉아 제 연주를 지켜봤어요. 손이 떨리더라고요.”

합격. 밴드에 합류한 최현진은 한 달간 논현동에서 지옥훈련을 거듭했다. 서태지가 매일 밤 그의 드럼 연주를 직접 점검했다. 영화 ‘위플래쉬’의 플레처 선생처럼. “점심식사-개인 연습-합주-연습-저녁식사-합주-연습-합주. 하루에 20시간 연습해 손이 터진 날도 있죠.”

서태지의 지휘는 놀랄 만큼 세밀했다. “드럼 4회 연타에서 첫째∼넷째 음표의 음량과 미세 박자를 전부 달리 구분해 지시해줬어요.”

최현진이 본 인간 서태지는 “화장실도 가고(웃음) 그냥 사람 좋은 동네 형”이다. “아기 낳고 더 넉넉해진 것 같아요. 그야말로 딸 바보! 3월쯤 같이 고기 먹은 뒤 못 뵀네요. 아기 보고 잘 쉬고 계실 거예요. 하하.”

드럼 연주가 까다로운 서태지 노래로 그는 8집의 ‘모아이’ ‘휴먼 드림’, 9집의 ‘크리스말로윈’ ‘비록’을 꼽았다. “듣기엔 쉬운데 연주는 난해해요. ‘비록’의 경우, 스트레이트 리듬과 셔플 리듬의 중간쯤 되는 그루브를 내야 하죠.”

‘소격동’은 최현진에게 새로운 도전이었다. 콘서트에서 인상적인 ‘소격동’ 인트로의 건반 소리는 키보디스트 닥스킴이 아니라 최현진이 직접 제작한 디지털 드럼 패드를 가격해 낸다. 13개의 패드에 20개의 음정을 입력해 스틱이 패드를 때릴 때마다 영롱한 음정이 요정처럼 튀어나온다. 그는 “아무리 세게 쳐도 시끄럽게 들리지 않는, 제프 발라드와 브라이언 블레이드 같은 드러머가 되고 싶다”고 했다.

현재 개인 연습과 학교 강의(국제예술대)에 전념하는 그는 ‘7월 소집령’을 기다린다. 서태지가 8월 7∼9일 인천 송도에서 열리는 펜타포트락페스티벌에 출연하기 때문이다. “조만간 ‘회사’에서 전화가 올 거예요. 태릉선수촌처럼 들어가야죠. 논현동으로….”

임희윤 기자 imi@donga.com